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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18. 2024

예순다섯 번째 : 내가 선배들을 무시하지 않는 이유

능력도 중요하지만 세월에서 오는 지혜를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 제가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84


저에게는 조카가 여럿이 있고, 특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 하나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조카 하나가 나를 적지 않게 괴롭힙니다.


사실 그 아이들이 저를 괴롭히는 것도 있지만, 그 아이들의 엄마가 저랑 외사촌으로 엮여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겠지요?


제가 아무리 수도권 잡대를 나온다 한들 제가 전공을 한 과목 그리고 학부를 다니면서 계속 연구실에 앉아있기도 했던 제가...... 정말 초등학생보다 그리고 고등학생보다 과학 과목이나 수학 과목을 못할 거라고 생각한 우리 외사촌 누나나 그 조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절대적으로 공부한 시간이 그들보다 긴 게 사실인데,
아무리 제가 멍청하다고 한들,
 최소한 그 부분을 '어느 책에 어느 부분을 찾아보면 나온다' 정도는 알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냥 오늘 너무 화가 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도 내가 멍청한 거 알고, 지금 나 놀려먹으려고 하는 거 충분히 아는데, 당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적당히 해.
그리고 거기 고삐리, 너는 적분속도식을 그따위로 적으면 답이 나오니?
부정적분이나 똑바로 하고.
거기 고삐리 동생 초등학생아, 기체가 고체로 변하는 거하고 고체가 기체로 변하는 건 전부 다 '승화(sublimination)'이라고 하는데, 너는 무슨 영재 사교육도 받는다더니 영어 단어도 모르니?
대가리 속에 무슨 휘발성 액체가 들었나?


외사촌누나가 자기 아들들한테 말 좀 했다고, 저한테 온갖 쌍욕을 하시더군요. 쌍욕이 날아올 줄 알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왜 화가 났는지는 어차피 고려하지 않을 누나라는 것은 오랜 시간 친척으로 지냈으니 저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외사촌누나한테도 좀 싹수가 없지만, 그냥 오늘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했습니다.

애가 똑똑하면 뭐 하나?
계속 시험하려들고, 자기 외삼촌한테 테스트하려고 하고, 이건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내가 무슨 저 두 놈들한테 테스트받을 만큼 그렇게 한가하나?
나는 지금 내 자식은 없지만, 내 자식이 있다면 저렇게 억지로 자기가 영재라고 자기 최면 걸면서 살게는 안 하겠네.
사람이 예의가 있는 게 먼저지 지금 저건 동네 건달들도 안 하는 행동이잖아.


저는 저 고등학생 하나와 초등학생 하나가 영재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은 대학교 때 조교를 하면서 학습지원을 하면서 해본 적 밖에 없고, 중간에 과외 알바를 한 적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제가 가르치는 직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을 많이 만나본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어릴 때도 저렇게는 해본 적이 없고, 항상 내가 질문할게 뭔지 메모를 하고 가서 학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교를 가서 보니 답해주는 선생님은 반정도밖에 안 계셨어요. 

학원을 다니라는 둥, 멍청하다는 둥......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교육의 일선에 있는 학교 선생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이미 지난 일이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상처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당시에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수업을 하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대답하기 싫을 수도 있겠다고는 어린 마음에도 생각은 했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이 중에 영재가 어디 있느냐?' 혹은 '제 어린 시절에 당했던 일'들이 아닙니다.


최소한 질문을 하고 의견을 구할 때에는 어른이나 선배가 능력이 있건 없건을 떠나서 나보다 하루라도 더 산 세월의 '지혜' 혹은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없는 조롱 혹은 꼭 생채기를 내겠다는 그릇된 방식의 사고(思考)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선배님들이나 교수님들은 존중하는 이유는 제가 아무리 무엇을 잘한다고 한들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거나 절대적으로 살아온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배님들이나 어른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의견을 구하는 일은 어찌 보면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그런 소중한 지식 그리고 간접경험을 얻는 정말로 좋은 방법이자 소중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서 특정 사실이 적혀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험을 봤을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지식이 실제로 사용되는 분야에서는 그러한 이론이 오차가 너무 커서 다른 이론이 쓰인다던지, 학문의 탐구를 더 깊게 만드는 사전 지식들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그 사람의 시험점수나 혹은 종사하고 있는 기업의 순위 혹은 졸업한 학교에 치중해서 자꾸만 자극을 하면서 평가하려고 하는 행위는 제가 꼰대인 측면도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그러면 '파락호(戶)'나 '무뢰한(漢)'이 아닐까 싶습니다.

* 파락호(戶) : 재산이나 세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이르는 .

무뢰한(漢) :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단어 2개에 대한 설명의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물론 선배나 어른들 중에서도 양아치 같은 사람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저를 존중해 주고, 평상시에 선을 넘지 않는 선배라면 충분히 저도 선배들이나 어른들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제 조카들은 '존중'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그냥 분별증류 시켜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분별증류 : 서로 잘 섞여 있는 액체혼합물을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방법. 두 액체의 온도변화에 따른 그래프를 사용하여 상전이 구간을 찾아낸다. 원유의 분리에 주로 쓰인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제 자식들이었다면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라도 할 텐데 제 자식이 아니니 뭐 외사촌누나나 이모가 알아서 잘 키우시겠지요. 제가 볼 때는 답이 없어 보이지만요.


하여튼 제가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른들이나 선배님들의 말을 항상 무시하지 않고 들어보고 판단을 하는 이유는 그들을 존중하고, 어찌 보면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최소한 제가 가능한 선에서는 존중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제가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학생들은 선생을 테스트하고 있고, 선생들은 그런 몇몇 학생들로 인해 나름 선생에게 예의를 갖추는 학생들도 도매급으로 몰아서 겁이 나 주고 있고, 그리고 선배라는 사람들도 존중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최소한 어른이나 선배가 아니더라도 남을 존중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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