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도 중요하지만 세월에서 오는 지혜를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 제가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84
저에게는 조카가 여럿이 있고, 특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 하나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조카 하나가 나를 적지 않게 괴롭힙니다.
사실 그 아이들이 저를 괴롭히는 것도 있지만, 그 아이들의 엄마가 저랑 외사촌으로 엮여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절대적으로 공부한 시간이 그들보다 긴 게 사실인데,
아무리 제가 멍청하다고 한들,
최소한 그 부분을 '어느 책에 어느 부분을 찾아보면 나온다' 정도는 알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냥 오늘 너무 화가 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도 내가 멍청한 거 알고, 지금 나 놀려먹으려고 하는 거 충분히 아는데, 당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적당히 해.
그리고 거기 고삐리, 너는 적분속도식을 그따위로 적으면 답이 나오니?
부정적분이나 똑바로 하고.
거기 고삐리 동생 초등학생아, 기체가 고체로 변하는 거하고 고체가 기체로 변하는 건 전부 다 '승화(sublimination)'이라고 하는데, 너는 무슨 영재 사교육도 받는다더니 영어 단어도 모르니?
대가리 속에 무슨 휘발성 액체가 들었나?
외사촌누나가 자기 아들들한테 말 좀 했다고, 저한테 온갖 쌍욕을 하시더군요. 쌍욕이 날아올 줄 알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왜 화가 났는지는 어차피 고려하지 않을 누나라는 것은 오랜 시간 친척으로 지냈으니 저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외사촌누나한테도 좀 싹수가 없지만, 그냥 오늘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했습니다.
애가 똑똑하면 뭐 하나?
계속 시험하려들고, 자기 외삼촌한테 테스트하려고 하고, 이건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내가 무슨 저 두 놈들한테 테스트받을 만큼 그렇게 한가하나?
나는 지금 내 자식은 없지만, 내 자식이 있다면 저렇게 억지로 자기가 영재라고 자기 최면 걸면서 살게는 안 하겠네.
사람이 예의가 있는 게 먼저지 지금 저건 동네 건달들도 안 하는 행동이잖아.
저는 저 고등학생 하나와 초등학생 하나가 영재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은 대학교 때 조교를 하면서 학습지원을 하면서 해본 적 밖에 없고, 중간에 과외 알바를 한 적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제가 가르치는 직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을 많이 만나본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어릴 때도 저렇게는 해본 적이 없고, 항상 내가 질문할게 뭔지 메모를 하고 가서 학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교를 가서 보니 답해주는 선생님은 반정도밖에 안 계셨어요.
학원을 다니라는 둥, 멍청하다는 둥......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교육의 일선에 있는 학교 선생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이미 지난 일이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상처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당시에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수업을 하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대답하기 싫을 수도 있겠다고는 어린 마음에도 생각은 했었어요.
교과서에서 특정 사실이 적혀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험을 봤을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지식이 실제로 사용되는 분야에서는 그러한 이론이 오차가 너무 커서 다른 이론이 쓰인다던지, 학문의 탐구를 더 깊게 만드는 사전 지식들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선배나 어른들 중에서도 양아치 같은 사람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저를 존중해 주고, 평상시에 선을 넘지 않는 선배라면 충분히 저도 선배들이나 어른들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제 조카들은 '존중'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그냥 분별증류 시켜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분별증류 : 서로 잘 섞여 있는 액체혼합물을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방법. 두 액체의 온도변화에 따른 그래프를 사용하여 상전이 구간을 찾아낸다. 원유의 분리에 주로 쓰인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제 자식들이었다면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라도 할 텐데 제 자식이 아니니 뭐 외사촌누나나 이모가 알아서 잘 키우시겠지요. 제가 볼 때는 답이 없어 보이지만요.
하여튼 제가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른들이나 선배님들의 말을 항상 무시하지 않고 들어보고 판단을 하는 이유는 그들을 존중하고, 어찌 보면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최소한 제가 가능한 선에서는 존중을 해드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