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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24. 2024

아흔한 번째 : 다 오지 않았더라도 마무리 지을게요

어차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출처 : YouTube

항상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저는 버티고 참으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더군요.


아버지는 집에서 막내라고 대학을 안 보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학비가 들지 않는 학과를 가셨고 결국 원치도 않았던 직업을 업으로 평생을 삼으셨습니다. 본인은 외교관을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여군이 되기를 원하셨답니다. 그러나 어머니 나이에 대한민국에 있는 사관학교에 여성이 입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어머니네 집은 돈이 많은 집이었지만, 대학에 가는 건 좋은데 신부수업이나 받아서 결혼이나 하라고 하셨다는군요.


저는 저한테 들어간 병원비 때문에 죄송해서 4년 장학금을 받는 조건을 택했습니다. 아무리 그런 조건이라고 해도 병원비가 더 들어간 것 같네요. 처음으로 가졌던 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저 같은 괴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도 제정신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졸업은 다행히 수석졸업을 했지만, 저 때문에 정말 여러 사람 인생이 망가지기도 하고, 이동도 있었어요.


제 지도교수님은 다른 학교로 가시고, 저를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시던 정년을 앞둔 교수님은 뒷방으로 물러나시고, 저를 지지해 주시던 다른 교수님 한 분도 마지막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저랑 친하다는 이유로 여자 동기 하나는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자교 대학원을 가지 못해서 1년을 놀게 되고......


졸업 전에 졸업을 하면 해외로 도피성으로라도 잠깐 나가 있자고 생각해서 국비유학을 신청해서 선정이 되고서도 아파서 보류결정이 나더군요. 그래서 또 다른 나라를 가려고 하니, 저를 괴롭혔던 교수가 저를 흔히들 말하는 낙인을 찍어놔서 면접을 가면 개망신을 주거나 아예 면접장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으로 돌파해 보려고 시험공부를 했어요. 중간중간에 일도 했어요. 당장 먹고살 걱정이 아니라 저한테 "당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해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어요. 프로젝트성 업무였지만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있었어요.


그래도 공부를 놓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30년 넘게 살면서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어요.

저를 벼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 이유가 우리 부모님 때문이라는 것


우연히 아버지 친구들과 어머니 지인들이 뒤에서 하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우선 아버지 지인들은 이러시더군요.

야, 우리가 대학 다니면서도 [Calm(가명) 아버지]는 매일 당구 치고,
쟤가 당구 1500치는 동안
우리는 공부를 머리 터지게 하는데도 순위가 안 바뀌는데,
자식 대에서는 뭔가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아들은 약간 둔재인 거 같은데?
지 아버지가 머리가 좋으면 뭐 하나?
아들은 하자 투성인데?


어머니 지인들은 이러시더군요.

[Calm(가명) 어머니], 쟤는 그냥 사람이 아니고 무슨 말뚝이냐?
공부하다가 사람 몸이 굳어서,
지금 남편이 애인일 때,
들쳐 엎고 병원 가는 게 정상이니?
학교 다닐 때 못 이겨봤는데,
직장도 같이 다닌 나는 뭐니?
애 낳고 며칠 안 쉬고 근무가 너는 되냐?
그 애는 좀 아다마(あたま [頭])가 좀 딸린 모양이더라.
어차피 [Calm(가명) 어머니]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 당해서 정신이 좀 나갔다고 하더라.
지 엄마가 재수가 없으니까 당하는지도 모르겠지 뭐.


저도 듣고 싶어서 들은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게 평생을 옥죌지도 몰랐어요.


이 지점에서 똑같이 사람들을 괴롭혀야 하느냐
아니면
난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야 하느냐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저는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항상 저는 살면서 달고 다닌 한마디가 있습니다.

제 탓입니다.
죄송해요.
차라리 그냥 저를 비난해 주세요.


그냥 남 탓을 하는 것보다 이게 편했어요. 제가 책임지는 게 편했거든요. 잠깐 일을 할 때도 후배가 실수하면 그냥 제가 잘못했다고 하고 욕먹는 게 편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부작용이 생기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먼저 저한테 욕을 하고,
괴롭히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 Calm(가명)이 네가 맞는 거니까 더 이상 의심하지 마.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 마.
생각보다 너처럼 선지키면서 사는 사람 많지 않아.
우리 엄마가 Calm(가명)이 너한테 가족을 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서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너무 다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마.
그리고 나한테 말 좀 해라.


그 친구가 했던 말을 지금에서야 이해하고 있고, 당시에 성공률이 한 자릿수였던 수술을 받기 직전에 헤어졌던 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세상은 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요즘을 지냅니다.


저랑 친한 누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말이 있는데......

행복과 행운에는 절대치가 있는데,
난 다 쓴 것 같아요.


사실 부모님이 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하셨기 때문에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을 건축할 대지를 구입하는 부분에서의 계산은 성공했지만, 그 시기가 4개월 정도 앞당겨지면서 제가 슈퍼맨이 아닌 이상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나이 드신 H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 야구 좋아해?

직구만 던지는 거 좋아.

그런데 직구도 스트라이크 존에 넣어야 할 때가 있고 밖으로 빼야 할 때가 있다.

직구만 던질 줄 알면 로케이션을 다르게 해서 던지면 그게 또 무기가 되는 거야.

너무 정직하게 승부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몸 편하게 살아.

너는 어차피 끝이 좋을 사람이니까 어머니 하나 보고 버텨라.

성공하는 게 세상에 복수하는 건데,
성공이라는 게 종류가 여러 가지라서 꼭 내가 원하는 성공을 하려고 하지 마라.


저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졸업하기 전에 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냥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요.


가만히 누워서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잠이라도 잘 자고 싶은데, 매일매일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삶의 의지도 많이 꺾이는데, 일단 조금은 내려놔야 하나 생각은 해봅니다.


그런데 제가 제 꿈을 포기해도 얼마 전에 올렸던 글의 문구를 변형해 봤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297

다 오지 않았더라도 마무리 지을게요.


매일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어차피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저만 힘들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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