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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23. 2024

아흔 번째 : 화해가 잘 되지 않는 나 자신을 바라보다

나한테 '화해'는 목숨을 끊어내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출처 : Vecteezy


요즘은 매일 가족과 공무원과 그리고 여타 다른 미친 인간들과의 다툼의 연속입니다.


다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저한테 하는 말을 더 이상 들어줄 수도 없고,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능력이 없어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절차대로 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은 늦어지고 그 순간에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말실수를 하게 되면 그게 그렇게 용서가 되지 않더군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중증의 PTSD라고 하시더군요. 거기에 선생과 그 똘마니들이 끼어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전문가의 입에서 장시간의 검사를 거친 결과가 그렇게 나오다 보니 이제는 분노나 원한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해야겠다는 생각만 들뿐입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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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후배 하나가 저한테 이런 말을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선배는 나중에 저 사람 안 볼 거예요?
그렇게 하면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곤란해질 것 같은데?


그때 대답도 만약 지금 물음을 받더라도 제 대답은 같을 겁니다.

내가 그래서 사람들하고 친해지기 쉽지 않고,
일단 친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곤란한 말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고,
그냥 힘든 일이 있습니다라고만 이야기하지 나는 절대 부탁을 하지 않아.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말을 좀 많이 삼켜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솔직히 피곤하기는 하다.
어디 가서 벽창호 소리나 듣고 그렇긴 한데,
나도 곤란해지기 싫고,
나랑 친한 사람들도 곤란해지는 게 싫으니까,
그냥 고슴도치가 되어버리는 게 편해.


제 부모님이 가족한테도 그렇게 관대하신 분들은 아니셔서 그런 영향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사실 아버지나 어머니랑 다툼이 있으면 좀 오래가는 편입니다.

아버지랑은 한번 다투고 나서 90일 이상 말을 안 하다가,
어머니가 폭발하셔서 억지로 화해를 시키기는 하셨는데,
아마 지금까지도 앙금은 있어요.
어머니랑은 조금 양상은 다르지만,
요즘 들어서 문제들이 계속 생기고 있어서 자주 다투고,
그것도 제 기준에는 짧지만 최소한 5일 정도,
길면 30일 정도는 말을 안 하는 편입니다.


제가 아버지가 싫었던 이유는 우선 절대로 인정을 안 하시니까, 그런데 나중에 마지막을 바라볼 때에는 인정을 하기는 하시는데, 그게 직접적인 인정이 아니라 간접적인 인정이었다는 게 싫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시는데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부모-자식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하지만, 어찌 보면 저를 부단히 괴롭혔던 선생새끼하고 그 선생과 동조한 나랑 같이 학교 다닌 개새끼들 때문에, 최소한 사기는 안 당하면서 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정말 다 개판이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제가 왜 10대를 그렇게 이상하게 보내고, 물론 20대도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0대를 어떻게 넘기고 30대에 접어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그냥 딱 하나였습니다.

현실인식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일이 벌어졌을 때 수습이 안될 테니, 조금만 더 날카롭게 가자고 계속 다짐을 하면서 살아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고 하다 보니, '나이'를 들이대시고, 저에게 모든 걸 다 밀어버리는 책임전가의 방법을 택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말씀을 드립니다.

최소한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자기가 신경을 좀 쓰세요.


저는 어차피 몸이 아파서 저한테 들어간 병원비만 쳐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서 제 재산이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라서, 항상 이야기합니다.


자기 일들을 잘하던 사람들이 자기가 귀찮다고 저한테 넘겨버리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자꾸만 극단적인 생각만 하게 되고, 그냥 나는 내 삶을 정말 버려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해'라는 것이 저에게 어려운 이유는 '화해'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굳이 상대방이 나한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을 왜 '화해'를 통해서 수습을 해야 하는지 머리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마음으로도 내가 무슨 도인이나 철학자도 아니고, 저는 그냥 일반인인데 왜 그런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세상은 저한테 관대하지 않았거든요.


사람은 생애주기를 지내면서 점점 더 냉혹한 사회를 체험한다는데...... 저는 점점 더 강도가 낮은 사회를 체험하는 중이라 쉬울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가끔 있으시지만, 사회라는 곳이 저 혼자 살아가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기준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등학생 애를 그렇게 쥐 잡듯이 잡아대던 선생새끼와 같은 학생입장인 개자식들이 계급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체험한 저로서는 그냥 지금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은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떠들면서 참 자기 합리화가 쉽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게 됩니다.


그냥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의 특수성은 이해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특수성만을 이해받으려는 족속(族屬)들 때문에,
이 사회는 어차피 냉혹해졌고,
그곳에서 살아가도록 방치한 사람들이 막상 자신들이 냉혹함을 체험했을 때 견디지 못해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너무나도 웃기기도 하고,
가해자의 기억은 선택적이고 그 행동 또한 이기적이다.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너무 늦게 알려주는 것 같다.

* 족속(屬) : 같은 문중이나 계통에 속하는 겨레붙이, 같은 패거리에 속하는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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