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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22. 2024

여든아홉 번째 : 사라지고 싶었고, 사리지고 싶다

한계를 느꼈고, 다 놔버려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출처 : Cleveland Clinic

제가 전에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93


이 글을 적고 나서 꽤나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시기도 하고, 심지어는 어느 단체 두 곳에서 약간 항의성으로 연락을 주시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고, 저는 그냥 이러이러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하니까 어느 한 단체에서는 저한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 하나를 설명해 주시더군요.


그냥 제대로 꼬였다고 생각한 지점은 있었습니다.


단순히 외사촌누나가 저한테 했던 말 때문에 시작이 된 것 같아요.

그냥 너는 너네 엄마 피나 빨아먹는 흡혈귀에 지금 어차피 발버둥 쳐봐야 서울로 절대 못 오니까 지랄하지 말고 머리 박고 반성이나 하고 있어라.
이 우환덩어리야.


처음에는 이 말에 대한 반발심 그런 건 없었어요. 그리고 서울에 가서 굳이 그 복잡한 동네에서 살아갈 이유도 없었는데, 제가 사는 동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과거에 지방에 살면서도 경험을 했던 문제인데, 정식 용어로는 어떻게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파트 가격이 조금 오르고,
그래서 팔고 나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서 동네가 '슬럼화'되기 시작했어요.
*슬럼화(slum化) : 어떤 지역이 주거 환경이 나쁜 상태로 됨.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아무리 아파트 슬럼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점점 살기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는 받고, 이사는 나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우리 집을 보여주고 나서 다른 집을 팔아버리는 양아치 짓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점점 이사 갈 시기는 느려지고, 그리고 점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사를 가기 힘들게 만들어버리더군요.


그래서 현금이 조금 있어서 이사를 가자고 가족을 설득한 게 2년 그리고 토지나 혹은 구축인 단독주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해서 설득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부동산 취득에 관한 모든 것이 다 던져지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이상한 과정들도 있었고, 저는 그냥 이 목표 하나만 보고 갔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외사촌누나)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울로 이사 간다.


중간에 견제라고 하나요? 사실 이모들부터 시작해서 외사촌누나들까지 견제가 너무 심해서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썼던 글이 또 있네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212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238


대지를 취득할 때까지 정말 제일 친한 선배 1명 하고 친한 누나 1명 그리고 친한 친구 1명과 의사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 이외에는 아예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머니한테 절대로 보안유지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대지를 취득할 수 없다고 정말 어머니 말 표현대로 하면 '첩보작전' 하듯이 보안유지를 해가면서 한 결과 안전하게 대지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모든 게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건축'이라는 것을 또 마주하게 되더군요. 사실 저는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가서 안전진단을 하라고 하면 어떤 게 위반이고 아니고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얼마에 건물을 짓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외삼촌 찬스를 이용하기로 했고, 이용을 해서 평면도를 2개를 받았어요.


그러나...... 이미 우리 외삼촌은 독립한 건축사였고, 이제는 대형건설사에 다니는 건축사도 아니었고, 지금 현재 종합건설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아니셨기 때문에, 시공사를 수배하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견적을 수십 군데를 받아보고 하는데, 가격차이가 너무 커서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가족은 계속 저한테 다시 이런 태도로 저를 대하기 시작합니다.

만들어내라.


중요한 건 저는 요술지팡이도 아니고, 시키면 다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주변인들은 제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제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랐어요.

외로움보다도,
그냥 제 주변을 둘러싼 친척이라는 사람들이 전부 다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냥 매일 지적질을 당하다 보면 저는 그냥 매일 너덜너덜해지고,
거기에 집에 같이 사는 가족까지 저한테 달려들면 저는 출구가 없었어요.
그냥 형제가 없는 저로서는 견뎌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결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었어요.

내 본업은 무엇이고,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저는 집을 짓는 것보다도, 돈을 버는 것보다도, 지금 제가 해야 할 것은 공부를 해서 점수를 내고, 최소한 제가 해고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벽을 통과하는 것이 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문제인데, 뭔가 우선순위가 자꾸 뒤틀려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며칠 전에 그것도 조금 특별했던 날에 이상한 선택을 한번 하고, 아버지 후배인 의사 선생님한테 정말 말 그대로 호되게 욕을 들었어요.

너 이 새끼 미쳤냐?
지금 너 하나 목숨 붙여놓겠다고 노력한 부모하고 그 수많은 의사들은 그냥 다 잊어버린 거냐?
이 새끼 너는 죽는 것도 허락받고 죽어.
알았냐?
+
등등


나중에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또 미안하다고 하시고, 그냥 저는 한마디도 안 하고 병원에서 수납만 하고 나왔어요. 


사실 오늘도 집에서 그렇게 좋은 말은 안 나가고, 화는 나고, 공부는 기계적으로 하지만, 지금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제는 열정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한계를 느끼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변한다고 하는데, 변한다는 표현도 맞지만,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힘을 쓰고 있는 것인지, 저도 모르겠지만, 정말 시간이 지나서 작은 방이라도 제 방이 있다면, 그 방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그냥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자고, 기상을 할 수 있는 편안한 하루만 저한테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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