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마디만 했다
아마 제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지인들이 미쳤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현재 제가 제일 불행하고, 가난하고,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저는 한순간에 무너질 거예요.
흔히들 심리학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느낌이랄까요?
뭔가 어두움이 제 뒤를 쫓아오는 느낌
이것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진단이 나온 건 중증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성인이 된 직후, 당시에 의사 선생님은 아마 제가 가족이라도 남아있지 않았다면, 폐쇄병동에 입원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씀하셨었어요.
제가 잘 참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일이 다 벌어지고 나서 종료가 된 다음에 이야기를 해서 그런 건지...... 제가 말을 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를 않더군요.
그리고 저는 어차피 사촌들도 가족으로 잘 보지는 않지만, 저는 어차피 다 형하고 누나들이라 저한테 우월감을 가질 필요가 없을 텐데, 뭘 그렇게 잘났다고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일단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던 건 간단했어요.
객관적으로 제가 많이 모자란 사람이 맞거든요.
그리고 학연과 지연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는 그냥 막 가져다가 쓰기 좋은 일회용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취급을 받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344
제가 얼마 전에 위의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말을 대형사고라고 적었지만, 거의 원자폭탄 맞은 급의 사고라서, 지금 부지런히 수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행히 어머니도 온갖 말을 다 하는 이모와 외사촌누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시더군요.
나는 이미 Calm(가명)이 수술받기 전부터 다 경제권은 다 넘겨버려서,
나도 Calm(가명)이 한테 용돈 받아서 쓰고,
서로 소비-지출-수입내역을 월말에 결산하는데,
지금 내가 언니한테 몰래 돈 주면,
나는 Calm(가명)이랑 살 수가 없어.
언니한테 돈 주다가 내가 Calm(가명)이한테 고려장 당할 상황인데?
예전 같았으면,
어머니께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고 막 뭐라고 저도 했을 텐데,
그냥 한마디도 거들지 않았어요.
차라리 제가 좀 치사한 놈이 되더라도,
우리 집을 보호하는 게 먼저였어요.
작년 정도부터 이모가 돈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외사촌형이 사고를 칠 거라고는 생각은 못했고,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자산은 어떤 식으로 묶어놔야 할지에 대해서 어머니랑은 거의 6개월에 걸쳐서 이야기했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서 저번달에 마무리를 다 했는데, 1개월 만에 결국 일이 터지더군요.
그리고 저도 하도 이모하고 외사촌누나한테 시달리는 게 싫어서 휴대폰번호도 바꿔버렸었는데, 이모가 어머니를 통해서 저랑 통화를 시도하셔서 그냥 받았습니다.
말씀을 하시는데 단계가 있으시더라고요.
협박을 하시니 하고 싶으신 대로 하라고 했다
->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부탁을 하셨다
-> 들어드릴 수 없다고 했더니 가족임을 피력하셨다
-> 이모가 우리 가족에게 하셨던 말을 그대로 해드렸다
-> 갑자기 폭언과 저주를 하셨다.
그리고 이모가 한참을 퍼부으시고 난 후에 제가 말할 틈이 생겨서 딱 이 말만 했습니다.
지금 현재 제가 지켜야 할 것은 우리 가족이고,
우리 가족은 다리 하나 건너서 있는 가족들 한 테는,
이미 20년 전에 철저하게 버림을 받아서,
현재는 자력갱생해서 살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 가족만 살아야겠어요.
뭐라고 막 하시는데 잘 듣지는 못했고, 어머니가 저한테 이 말씀만 하시더군요.
너는 나나 아빠랑 많이 다르구나?
엄마하고 아빠가 다 안 그런데 우리 Calm(가명)은 왜 이럴까?
아마 10대의 집단 괴롭힘의 경험이 한몫을 했을 겁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건 그 선생새끼하고, 저한테 집단 괴롭힘을 가했던 학생 놈의 새끼들이 저를 이 사회에서 살아남게 해 준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치사해질 수 있는지 저는 이미 다 경험을 했고,
그래서 아버지 가족과 소송을 할 때에도,
그렇게 저는 심리적 타격이 크지는 않았어요.
승소한 후에 쑥대밭이 된 집을 수습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 것만 제외하고는요.
외사촌형이 초대형사고를 친 이유를 솔직히 저는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저 자신이 생수 하나를 사 먹을 때에도 어머니한테 문자로 보내요.
지금 가방에 물이 없어서 CU에서 삼다수 1병 사려고 하는데,
1+1인 생수가 있어서 그걸로 사서 총 2병 샀음
물론 우리 어머니는 엄청 싫어하십니다. 애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그래도 나름의 장치를 만들어놔요. 일단 메모를 해놓거나 기록을 해놓으면 나중에 다시 거슬러서 찾아봐야 할 상황이 오기도 하고, 저 자신에게 이렇게 외치게 되기도 합니다.
야, 지금 상황이 이런데 이걸 꼭 지금 사야 하니?
아마 어머니 직업의 영향이나 어머니 교육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흔히들 가정교육이라고 하는데, 제가 별로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라서 그냥 교육이라고만 하겠습니다.
저도 항상 지인들께 마음의 빚은 지고 삽니다. 정말 친한 형님이 중병에 걸리셨을 때, 어머니가 선뜻 이야기하시더군요.
00이 형이 어려우면 눈치로 알아서 빨리 사다 주고,
더 어려우면 엄마 카드로 병원비라도 어떻게 해줘라.
다시 되받을 생각하지 말고.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항상 생깁니다. 그런데 우리 외사촌형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상황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도 파악이 안 되고, 지금 고구마 줄기가 나오듯 계속 나옵니다.
일단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모님을 지키는 게 가장 먼저고,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결혼을 한다면 새로 생긴 가족을 지키는 게 또 가장 먼저고,
나를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는 사람을 지키는 게 또 가장 먼저다.
혈연이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 가족은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 가족이 새로 생기게 된다면 충분히 상대방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겠다.
저는 돈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돈을 통해서 한 사람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 순간에서의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은 다시 한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