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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02. 2024

서른아홉 번째 : 책상이 쪼개졌다

내 뼈에도 균열이 갔고 정확히 5개월 뒤에 책상도 쪼개졌다

저는 지금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도권에 거주한 지도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것을 다 교체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물건들이 적게는 20년에서 25년 사이의 물건들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수리를 받기도 했고, 새로 산 물건이라고는 책장정도(?)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옷도 대학교 때 입던 옷을 그냥 입거나, 아니면 이월상품을 샀는데 그것도 채 10벌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집 앞에 이 지역에서 수선을 제일 잘한다는 아저씨가 계신데...... 저를 보면 그냥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고 하시는데요. 그냥 저는 아저씨께 일단 이 물건을 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계속 쓰려고 오는 거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11월 말에 저는 걷지도 못할 만큼 크게 아팠습니다. 단순 골절이 아니라 분쇄골절이 생겨서 수술을 받고 치료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운동을 격하게 하거나 일을 하다가 다친 것은 아니라서 조금 창피하고 그렇습니다.


그때 우스갯소리로 제가 부모님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이 정도 다칠 정도면 책상이나 의자도 곧 망가질 것 같네.


그러고 나서 2월 정도(?)부터 서걱서걱 소리는 나더군요. 그런데 이게 우드슬랩처럼 원목 책상도 아니고, 그냥 조금 두꺼운 합판을 보니까 8겹 정도 붙이고 코팅을 해놓은 단순한 책상인 데다가 합판이라서 그런 건지 상대적으로 축(?)이라고 해야 할지 버팀목이라고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도 이 책상을 이렇게 오래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제가 그냥 200 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올려놨더니 빠직 소리가 나면서 찌지직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쪼개지면서 틈이 생기더군요. 버팀목이 없었으면 바로 제 발등을 찍어서 발등뼈가 완전히 망가질 뻔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철물점으로 달려갔어요. 목재용 접착제로 붙이기에는 너무 부위가 컸고, 우선은 아래쪽에 부목과 같은 쇠구조물을 박은 후에 일단 최대한 맞췄는데요. 아무리 맞춰도 중간에 틈은 메워지지가 않더군요. 거의 보조로 박은 구조물만 10개 이상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용량이 적은 퍼티를 사 와서 메운 다음에 헤라로 밀었습니다.


어머니가 저한테 이러시더군요.

이사 가면 책상부터 사줄게. 이거는 이사 가면서 스티커 붙여서 버리자.
그런데 책상도 주인 잘못 만나서 이 정도면 거의 노인학대 아니니?


그냥 웃었어요. 말 그대로 책상이 터질 때까지 공부한 거잖아요. 뼈도 조각이 나고 책상도 조각까지는 아니지만 터졌다고 봐야 하니까요.


우선 책상이 삐걱거리기는 해서 집에 나중에 쓰려고 놔둔 나무판자가 하나 있었어요. 상태가 좋아서 놔둔 건데, 그건 톱으로 썰어서 삐걱거리는 부분에 보강을 했습니다.


이 책상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아요.


요즘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에 20번 이상 제기했던 민원이 지금에야 받아들여졌는데, 이미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버려서 다 끝나버렸거든요.
그래서 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그랬는데, 나만 힘든 게 아니고, 그냥 주인 잘못 만난 책상도 힘들었겠구나 좀 물건이지만,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이사 계획은 여름에서 가을로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보다 방해꾼 노릇을 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이곳에 오래 살았지만, 누구에게 피해 주고 살지는 않았는데, 우리 집을 이용해서 다른 것들을 하시는 분들이 좀 있더군요.


하여튼 이번에는 무조건 나갈 겁니다.


나가면서 우선 책상은 살 거예요.


이 책상이 잠시만 버텨줬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책상을 보고 감정이입이 될 만큼 요즘은 너무나도 제 마음이 불안한 것 같습니다. 전에 대학을 같이 다니던 친구가 저한테 해줬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제가 당시에 물건 하나를 쓰는데, 버리는 게 아까운 게 아니고, 새로 사도 되는데 그 물건이 좋아서 제조사 고객센터까지 전화 걸어가면서 결국 그 제품의 파트를 구매해서 새로 장착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냥 좀 보내줘. 더 좋은 거 많잖아.


이제 저도 책상을 보내줘야 할 시간이 온 모양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뭔가 애착이 가는 물건 혹은 어쩌다 보니 사용을 오래 하게 된 물건은 없으신가요? 아니면 그냥 자주 새로 사시는 편이신가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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