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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03. 2024

마흔 번째 : 내 돈도 아닌데 내가 왜 관리해야 할까?

햇병아리 시절부터 시작된 돈 관리

대학교에 입학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이 나에게 생활비 관리를 맡기셨습니다.


처음 대학교에 와서 2년 정도는 혼자 살았고, 그동안에도 나에게 총수입과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금액을 문자로 주시면 가계부를 써서 당시에는 이메일로 보내드렸는데요.


그러고 나서 다시 가족이 합쳐졌을 때는 아예 나에게 통장정리도 하고 적당히 수입과 지출을 분배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세월이 벌써 10년은 훨씬 넘었고 20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니 현재진행형이 맞겠네요.


그리고 살림을 다시 합친 후에는 부모님이 나에게 재산관리도 시키기 시작하셨는데요.


제가 대학교 1학년일 때, 어머니가 리바이스(LEVI'S) 청바지를 하나 사 오라고 카드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10만 원이 넘어서 백화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손을 벌벌 떨고 있었는데, 알림 문자가 가자마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너 지금 뭐 하냐?
청바지를 사라고.
그거를 하나 못 사서 몇 시간을 그러고 있냐?


그렇게 속 좁던 나는 가산(家産)을 관리하는 것조차도 속 좁게 관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저는 부모님 돈을 제 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과감한 투자보다는 유지하는 쪽을 택했고, 한 번의 수익보다는 수익을 적게 내면서 번거롭지만 여러 번 돈을 돌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병원비가 크게 들 상황이 4번 정도 있었는데 크게 손실 없이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집 전체 구성원으로 따지면 병원비를 수억 이상 사용한 것은 맞는데, 그래도 손실을 최소화하고 빈 틈을 메워보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우리 가족은 집에 저금통을 하나 놓고 있습니다. 집에 저녁에 들어오면 모든 동전을 다 그 저금통에 놨다가 월말에 저금통을 열어보고 액수가 좀 크면 그걸로 외식을 하거나 아니면, 가족 중에서 누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보태고, 액수가 적으면 그냥 다음 달로 이월하는 식으로 생활합니다.


지인 중에서 저에게 이렇게 말한 사람도 있습니다.

너 같은 사람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안 돌지.
돈을 좀 써.
그리고 물건도 좀 사.
그런데 또 얘는 남한테 밥은 잘 사.
자기 혼자는 이상한 거 먹고 입고 다니는데.


그냥 솔직히 남한테 밥을 사줄 때는 좋은 데 가서 사주는 이유가 사주면서 저도 맛있는 걸 먹게 되니까 일석이조인 거고...... 혼자일 때는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상한데 돈을 써댈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고......


다 사는데 가치관은 다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자신이 가장 중요시 두는 가치가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말 그대로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딱 맞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권력'이라는 것도 같이 포함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있는 돈 그리고 있는 힘 다 쓰면서 살아봐도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거 아닐까요?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를 괴롭혔던 선생 자식하고, 같이 학교를 다녔던 그 학생 자식들도 저 하나 그렇게 제거했지만 인생 꼬여서 자살을 한 사람도 있고, 지금 다 잘살고 있지는 않다고 들은 것도 있고, 다 잘 살진 않을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최소한 남에게 피해나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

서로 간섭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삶



이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살든 말든, 방법론적이거나 운용을 하는 측면에서의 노하우 정도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굳이 과도한 관심 그리고 따돌림 괴롭히면서 살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최근에 일이 조금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글로 적게 되었는데, 적으면서도 조금 확 올라오는 것들이 있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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