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May 07. 2024

마흔다섯 번째 : 몸무게가 빠지고 나서 생긴 변화는?

다이어트 후 변화가 있었나?

작년에 분쇄골절이 발생하고 나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속에 구조물을 심었다가 다 뽑아내고 이제는 보행을 하거나 그런 것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가 수술을 할 당시에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봤어요.

혹시 살을 빼면 허리가 좀 좋아질까요?


답을 정해놓고 여쭈어봤는데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너는 생활습관의 문제지.
지금 뼈가 으스러진 자리가 이게 살이 쪘다고 부러질 자리는 아니라서 그것에 대한 대답은 'No'인데, 지금 신경과 차트 보니까 신경마비가 왔던 게 벌써 10년이 넘었네?
그런데 그때 약을 쓰면서 몸무게가 불었는데, 그 몸무게에서 1kg도 안 변했네.
이건 문제가 좀 있겠지?
체중감량 할 수 있으면 시도해봐.


부모님이랑 저랑 부딪히는 유일한 지점이 '다이어트'입니다.


우선 아버지는 아주 마르신 편이고, 어머니는 그냥 표준에서 조금 더 살이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제가 키가 크고 살이 불어날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러는지 궁금해하시기도 하고, 이해를 안 해주세요.


그래서 정말 여기서 허튼짓이라고 하기는 웃기지만, 말도 안 되는 뺑뺑이는 다 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도 타보고,
하천이나 강도 걸어보고,
지하철로 열 정거장 넘는 거리를 걸어서 집에도 와보고,
미친듯이 걸어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파출소에 가서 여기가 어디냐고도 물어보고......


일단 저를 수술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너무 약 부작용이 온 지도 오래되었고 그래서 가정의학과로 컨설트를 내셔서 비만클리닉에 가게 되었습니다. 보니까 다른 원인은 아니고...... 제가 워낙 안 움직여서 기초대사량이 거의 초등학생 수준도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실 이 말보다 더 심하게 말씀하셨는데, 그나마 가장 순화된 말이 이 말이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식욕억제제를 쓰기에는 제가 가진 병도 있고, 신체적으로 조금 특이체질(?)이라고 하면 조금 그렇고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그냥 옆에 전공의들이 있어서 그런 건지 저한테 잠깐 나와보라고 하셔서 방법을 알려주시더군요.


그 방법을 여기에 적기에는 조금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적지는 않겠습니다
(물어보신 지인분들께는 다 말씀드렸어요).


우선 그래서 1월 중순부터 시작했어요. 가정의학과 선생님께서 우선 저에게 당부하신 것은 식단 자체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과자 먹는 것만 조심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한 가지 음식에 꽂히면 1개월 이상 그것만 아침-점심-저녁으로 먹는데 이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어머니께 음식을 좀 다양하게 해 주라고 말씀도 하셨어요.


1개월이 지나고 3kg이 빠졌나?


그런데 체감되는 변화는 전혀 없었어요.


2월부터 재활운동을 시작했는데, 보름정도 지났을 때부터 갑자기 살이 미친 듯이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기 때문에, 신장내과 선생님께 이거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여쭈어봤는데, 아무 이상도 없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그리고 계속 살이 빠지고, 지금까지 16kg이 빠졌습니다. 제가 신경마비가 오기 전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앞으로 7kg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것은 느껴져요.


게다가 재활운동을 하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데, 살이 빠진 건 생각을 못하고 재활운동을 트레이닝복을 입고 하다가, 기구에서 일어섰는데 바지가 벗겨져서 다행히 안에 속옷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고, 재활운동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만 목격을 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이러시더군요.

Calm(가명)님, 이제 옷 다 새로 사셔야겠네요.
워낙 열심히 하셔서 금방 좋아지시겠다 싶었는데 살부터 뻐지네요?
다행이다.


살을 뺐다고 변한 건 크지는 않지만 몇 가지가 있습니다.


사실 살을 뺐다고 기분이 막 좋아지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냥 옷이 다 커져버려서 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서 어디 가면 이제는 체중이 있다고 욕을 하시는 분도 없어지기는 했고 그리고 체중 가지고 뭐라고 하던 여자분들이 갑자기 말이 없어진 부분 정도?


그런데 이게 제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는 기분은 아닌 것 같아요. 살이 빠졌다는 거지 제가 체력적으로 좋아지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mass(질량)이 줄어들어서 몸이 받는 중력(m*g)이 덜해지니 그냥 가벼워졌다는 건데 저는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주변에서는 좋다 좋다 하고, 의사 선생님들도 다 공통적인 맥락에서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살도 의지로 빼는구나?


의사 선생님 4명 중에서 두 분은 정말 말 그대로 저렇게 말씀하셨고 나머지 두 분도 비슷한 의미로 말씀하셨어요.


솔직히 어쩌다 보니 빠져버린 살이라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그러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까지 들 정도입니다. 살을 감량한 상태에서 소개팅을 나가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기는 해서, 아직 나가보지는 않았지만, 저는 외모보다는 사람 성향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이상한 경험을 할까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6


하여튼 이제는 최소한 부모님께서 체중감량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셔서 스트레스 관리에만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짐을 하나 덜어낸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네 번째 : 장래희망이 꼭 있어야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