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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은 속도전

by 이레

얼마 뒤 잡힌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 잠깐의 짬이 난다.

대개는 주로 쉬게 되지만 오늘은 의지를 짜내 밀린 집안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머리속으로 어떤 일을 해내야 할 지 분주히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김치도 담그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먹어야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쉼도 있어야 하니 후딱 일을 해치우기로 마음 먹는다.


김치 담글 생각으로 마늘부터 까기 시작한다.

마늘을 까면서 담궈지는 김치의 맛을 상상하곤 하는데 처음 느낌대로 담궈진 김치의 맛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살짝 모자라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어쩌면 그건 복불복에 가까운 개념일지도 모른다. ㅎ


오이를 손질해 절여두고 열무와 얼갈이를 손질한다.

열무와 얼갈이를 한단씩 샀는데 김치통으로 이미 한가득이다.

김치를 절이고 밥도 앉히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한다.


오이와 열무, 얼갈이가 절여지길 기다리며 김치찌개를 끓인다.


미리 만들어 놓은 속재료를 버무려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를 담궈 저녁상을 차린다.


단촐한 세가지 반찬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는 게으름에 맘을 뺏기기 전에 서둘러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 생각에 맘이 바빠진다.


바쁘게 일을 몰아해서 그런지 김치가 싱거운 듯 해 양념을 좀 더 넣고 다시 김치를 버무리고 내일은 좀 더 맛이 나길 바래본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 듯 한데 하루해는 이미 기울었다.

리듬을 잃지않고 모처럼 나를 재촉해 일을 끝낸 조금은 뿌듯한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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