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나요?
아침에 일어나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짐을 싸서 나왔다. 매일 가던 카페가 아닌 다른 곳을 검색해서 안 가본 카페로 향했다. 리뷰도 좋고, 점수도 높았는데, 가게옆에 주차를 하고 카페문을 열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카페문으로 보인 가게 안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카페를 가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카페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손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다른 손님들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한 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는 카페라면 나도 오래 있지 못하고 짐을 싸서 나오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문 앞에서 잠시 주춤했지만, 카운터에 서 있던 주인과 눈이 마주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다행히 내 뒤로 몇 명의 손님들이 더 들어왔다.
2025년, 새해가 된 지 벌써 13일이나 되었는데, 올해는 새해 같은 기분이 참 안 든다. 새해라고 하면, 뭔가 계획도 새로 세우고, 없던 의욕도 더 생기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감기에 걸려 2번의 주말을 계속 골골거리면서 보내고 말았다. 올해 초부터 며칠간 매서운 한파가 이곳에도 불어닥쳐서 집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감기까지 걸려서 주말엔 낮잠을 3-4시간씩 자면서 집안에 틀어박혀있었다. 새로운 계획은커녕 몸이 아프니 새해라는 뽐뿌로 생길 수 있는 의욕마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주말 동안 약 먹고 푹 잤더니, 월요일인 오늘은 컨디션이 좀 올라와서 아들을 학교 보내고 바로 가방을 싸서 나온 것이다. 안 가던 카페를 찾아온 것도 어떻게든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다른 자극을 주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사실, 요즘 나의 나태함은 좀 다르게 다가오긴 한다. 내가 몇 년 동안 해오던 나의 일상적인 루틴들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갑자기 원래 하던 일들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안돼서 혼란스럽긴 하다. '이럴 때도 있지 뭐'라고 조금은 가볍게 생각했다가도,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금세 따라온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 내버려두어도 되나?'라는 생각에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어쩌면 좀 쉬고 싶다고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라고 묻는다면 사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와서 적응하고 자리 잡느라 고생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좀만 더! 좀만 더!"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맘대로 아프기도 힘들었고, 아파도 맘껏 쉬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여태껏 나는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만들며 일과, 취미와, 생활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취미라는 부분도 일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맘 편하지 않으니 말이다.
조금 더 이 현상을 지켜봐야 할지,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요즘이다.
사진: Unsplash의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