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동네
12월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주부터 1월 1일까지 미국은 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와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주부터는 쉬기 때문에 나도 이때는 항상 휴가를 가곤 했다. 보통은 추운 곳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 가서 물놀이를 하다 오는 걸 선호하긴 하지만, 올해는 아들과 예전에 살던 동네를 다녀오기로 했다.
올해 일 때문에 예전에 살던 곳들을 몇 번씩 방문했었다. 일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일 일정은 항상 일하는 것으로 스케줄이 채워져 있었지만, 일정이 끝나고 나면, 그곳에서 알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내가 좋아했던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가곤 했었다.
살던 곳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기에, 지내는 동안 편안했다. 한 번은 체했는지 비행기에서 내려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지만, 병원을 가야 한다면 어디에 병원이 있는지 약국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었다.
그런데 사실 일 때문에 방문해야 해서 예전에 살던 곳을 간 것이지,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울 때면 예전에 살던 동네는 여행후보지에는 절대 끼지 않는 곳 중 하나이다. 일단, 여행은 새로운 곳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살던 동네는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다음에는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일단 여행 계획을 세우기에 이미 너무 늦어버리기도 했는데 (미국은 이때가 휴가 시즌이라 빨리 안 하면 자리가 없거나 가격이 평소의 2,3배는 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검색해 보았는데, 굳이 날씨도 비슷한 저 동네를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집이 아닌 호텔에서 며칠을 보내는 것이 더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지금 동네에서 운전하면 3,4시간 거리에 떨어진 예전에 살던 동네가 떠올랐다. 특히 아들은 그곳에서 태어나서 6년을 살아서 그곳에 친구들도 꽤 있는데, 이사 나온 이후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기도 했다. 나는 일 때문에 종종 다녀와야 했을 때는 아들은 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나와 동행할 수 없어 아쉬워하던 것이 생각나 이번 여행지로 정하게 되었다.
갈 곳이 정해졌으니, 나머지 계획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숙박을 알아보고, 그곳에 살던 친구들에게 이번 연말에 동네에 있는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행히 보고 싶은 친구들이 대부분 동네에 있다는 해서 약속을 잡으며 여행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 일정이랄 것을 짤 것이 없긴 하다. 그 지역을 잘 알기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기에 도착해서 음식점을 검색하지 않아도 되고, 맵을 보며 길을 찾지 않아도 된다.
아들도 나에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새로운 곳이 아닌 예전에 살던 곳을 간다는 것이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왔다.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예전에 자주 가던 레스토랑을 떠올리며, 방문할 곳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가는데, 종이 한 장이 금방 찬다.
아들에게 나중에 한번 가자라고만 말하고 여행지에서 항상 제외되던 그 지역을 방문하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