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미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11년이 되어간다. 미국에 나오기 직전 결혼을 했던 터라 한국에서의 생활은 나의 젊었을 적의 시절까지인 샘이다.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적응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를 부르는 호칭의 변화이다. 미국 와서 아이도 낳았고, 나이도 그전보다 11살이나 더 먹었으니 당연하지만, 미국에서는 들을 일이 없던 나를 부르는 호칭에 흠칫 놀라곤 한다.
이 년 전 한국에 들어가서 엄마아빠와 함께 동네 산을 올라갔었다. 한참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어떤 중년의 부부 중 남자분께서 나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여기 주차장이 어딘가요?” 나도 초행길이라 알려주지 못하고 엄마아빠에게 돌아가 나는 아빠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보고 사모님이래.” 아빠는 껄껄 웃더니 “그래도 존칭 해서 불러주셨네.”라고 하셨다. 미국에선 서로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 “ma'am”이라는 호칭을 몇 번 들은 적은 있지만 이 “ma'am”과 사모님은 나에게 꽤 다르게 다가와 며칠간 누구를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 이제 사모님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미국에 다시 돌아와 사모님이란 호칭을 까먹고 지내다 작년 여름에 다시 한국을 갔었다. 한국에서 차가 필요할 땐 엄마차를 운전하는 편인데 그날은 나갔다 들어오며 주유를 해야 해서 주유소에 들어가 주유를 했다. 한국도 많이 곳이 셀프주유로 바뀌었지만 미국에선 셀프주유가 일반적이라 주유하는 방법을 모르진 않았지만 결제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에선 결재를 먼저 하고 주유를 한다면 한국에선 카드를 꽂고 주유가 다 되고 나면 카드를 뺐던가(?) 해서 주유가 끝나고 나서 카드를 챙기게 되었는데, 미국에선 주유가 끝나면 기름 나오는 노즐을 빼고 주유구를 닫고 차에 탔다면, 한국에선 카드를 챙기는 과정이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주유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뒤에 들어오는 차를 보며 빨리 나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카드를 챙기고, 노즐을 제자리에 꽂고는 주유구를 닫지 않고 운전석에 타려 했다. 과정 하나가 더 생긴 게 헷갈렸던 건지, 정신이 딴 데 팔려있어서 그랬던 건지, 내 차가 아니라 그랬던 건지, 뒤차가 주유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가야 한다 생각했던 건지, 주유구를 닫지 않고 운전석에 앉으려는 나를 뒤차 운전자는 다급하게 불렀다. “아줌마!! 주유구 안 닫았어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주유구를 닫고는 차를 주유소에서 빼며 “아줌마”라는 그 외침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누가 나를 부르는 호칭을 들을 일이 없어 못 들어서 그렇지, 한국에 살았으면 이미 예전부터 들었을 호칭이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을 직접 들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벌써 아줌마라니… 나이가 들면, 내가 체감하는 나이 듦보다 몸의 노화가 더 빠르다고 하던데, (언제 이렇게 얼굴과 몸이 늙었지? 라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태) 지금이 딱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조금씩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겠지만, 젊을 땐 모른다. 나도 늙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