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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Jan 20. 2024

내 불안과 걱정은 결국 과시욕이었구나

돈의 속성-김승호를 읽고..

4박 5일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날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남편과 아들이 버스정류장으로 나를 마중 나왔다. 아들은 차에서 내려 나에게 눈을 던지며 눈싸움 하자며 환하게 웃었다. 잠시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와 저녁식사를 했다.


밥을 먹으며 “역시 집이 젤 편해!”라는 말을 연거푸 했고, 5일간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계속해서 떠들었다. 편안한 밤이었고, 피곤함이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일찍 자리에 누운 날은 어김없이 새벽에 깨곤 한다. 잠을 다시 청하려고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지만 이미 깨버린 내 머리는 풀가동을 시작한다. 문제는 새벽시간에 깨서 가동되는 내 머리는 그다지 좋은 생각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을 다시 청하려는 노력으로 머릿속을 잠잠히 만들려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몸을 일으켜서 책을 들고 앉았다. 책을 읽으면 읽는 책 내용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걱정이나 불안한 생각을 하는 뇌를 조용히 만들 수 있어 잠이 오지 않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경제서적은 올해 많이 읽어야지 계획은 세웠지만 끝까지 읽는 것이 참 어렵다. 분명 초반에 재밌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해도 어느 순간에 다른 책을 들고 읽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하다. 분명 재밌다 느끼는데 끝까지 못 읽겠고 안 읽히는 게 말이다. 방법을 생각하다 방법 뭐 있나? 한 권 끝날 때까지 다른 책을 안 들고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지 뭐..라는 생각을 하며 “돈의 속성”책을 들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반을 읽었는데 그 이후에 다른 책으로 넘어가서는 다시 펼치지 않게 되었던 책이다. 첫 장부터 다시 펼쳐 읽기 시작했다.


올해 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서 투지라는 걸 해보자 다짐하며 선택한 책이었는데, 인생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배우게 되었다. 돈이 주제이기 때문에 돈을 놓고 말하지만, 난 인문학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내 돈이 중요하듯 남의 돈이 중요하다는 것과 빨리 부자가 되려면 빨리 부자가 되려 하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과연 이게 돈에만 국한될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새벽에 어김없이 드는 이 불안과 걱정은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내 커리어를 쌓아가는 게 너무 느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과 좀 더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에서 출발하고 이러한 생각의 기저엔 결국 남들 보기에 더 잘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단 걸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하다. “아직까지 이것밖에 못 이뤘네”, “나는 이만큼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이랑 갭이 너무 크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러면서 내가 현재 서있는 이 위치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고, 꽃길이 아닌 고난의 길같이 느껴져 버린다.


돈의 속성에 나온 저 말이 나를 위로한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있거나 주변에 나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 본질이다. 부는 차근차근 집을 짓는 것처럼 쌓아 나아가야 한다.
돈의 속성-김승호


나는 빨리 이루고 싶었다.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이번엔 잡았다 생각한 것이 손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며 실망하고 질책해 왔다. 근데 그 빨리 이루고 싶은 성공이 과연 나만의 만족과 기쁨을 위한가를 생각해 보면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걸 안다. 아니라고 나를 위한 거라고 눈 가리고 싶지만, 사실이 아님에 가려지지 않는다.


부자가 되는 거든 성공을 하는 거든 속성으로 가려고 하지 말아야 하고, 사실 갈 수 있는 길도 없다. 한국은 빨리빨리의 나라라 천천히 가는 걸 못 견딘다. 하지만 기초공사부터 제대로 다지지 않은 건물은 결국 계속 문제가 터지고, 터진 문제들을 고치느라 위로 더 올리지 못한다. 어쩔 땐 와르르 무너지거나, 더 이상 안전의 이유로 사용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속성이 겉으로 보기에 그 순간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본인은 알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그나저나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까지 느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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