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감정이 왜 그런지 곰곰이 따라가 보면

나를 알아가는 시간

by 나비야날자

예전엔 안 좋은 감정이 생기면 거기에 머무르곤 했다. 사실 머무르기만 하면 다행이다. 그 감정에서 시작해서 그때의 일들을 상기하며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며 점점 격한 감정으로 나를 끌고 가곤 했다. 그러한 감정은 심장을 빨라지게 만들고, 열이 오르기도 하며 몸의 변화까지 만들어냈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 한 편이 펼쳐지는 것이다.


요즘도 가끔 그러지만 대부분은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그게 왜 싫지? 왜 화가 나지? 왜 기분이 안 좋지? 그렇게 질문을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질문에는 좋은 점이 여러 가지다. 일단 영화 한 편을 펼치지 않아서 내 몸의 변화까지 만들어내지 않고, 내 머리에 안 좋은 생각들을 멈추게 만든다. 거기다 무심코 던진 저 질문에 대한 답까지 찾아낸다.


대부분의 경우 질문을 한다고 바로 답을 찾는 건 아니다. 그저 질문을 하면서 그 생각을 일단 멈추고, 다른 일을 한다. 그러고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경우에 불현듯 질문에 대한 답들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 이거였구나.', '저 말은 사실 나를 걱정하는 말이 아니라 비난하는 말이었구나.', '저 말은 선을 침범하고 들어왔구나.', '나는 사실 이게 싫었기 때문에 저 말까지 싫었던 거구나.' 이런 생각들이 불현듯, 정말 불현듯 떠오른다. 왜라고 묻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진짜 이유 들인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좋은 점이 한 가지가 더 있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나니까 당연히 내가 잘 알지 라는 막연한 생각에 나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에 대한 생각은 그저 시간이 아까운 일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고 사실 이런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남들을 살피며 사는데 바빴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해야 하는 일들을 먼저 처리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나면 대부분 남는 시간이 없었고, 잠깐의 남는 시간이 있다면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거나, 여러 사람들을 만나거나 하며 나를 위한 휴식시간이라며 사용했다. 나를 조금씩 알게 되자 가장 먼저 내가 사용하는 시간에 변화가 생겼다. 아직도 해야 하는 일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더 기분 좋게,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까가 더해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나의 하루에 꼭 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해야 하는 일들 중에서 내가 하기 싫은 일들을 빼는 일이다.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빼는 것은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여태껏 내가 당연하게 해 왔기 때문에 이 일을 멈추는 나부터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서도 "왜 갑자기 안 해?" 라며 불만을 내비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는 일이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고, 다른 것으로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의 완성도는 떨어질게 뻔하다.


하지 않으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방법을 찾지 않았을 뿐이지 방법이 없지 않다.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내 삶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덜어냄으로써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이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불필요한 것으로 꽉 찬 내 생각, 내 시간, 내 공간에서 싫어하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 보자.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채워보자.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채우려면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나저나 그릇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