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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그릇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나도 그릇이 컸으면 좋겠네!!

by 나비야날자

그릇이란 말을 한 사람이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말할 때 자주 사용한다. 그 일을 해낼 그 사람의 그릇의 사이즈가 그 일보다 커야 사람은 그 일을 부담 없이 해낼 수 있다. 돈그릇, 부자그릇도 자주 사용된다. 한 사람이 그만큼의 돈을 담을 그릇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서 돈이 갑자기 들어왔을 때 돈을 담아낼 깜냥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설명할 때 쓰인다.


그러면서 그 그릇을 키우라고 말한다. 돈을 담아낼, 사람을 담아낼 그릇이 충분히 커야 갑자기 들어온 부나 인기를 감당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릇이 작은데 갑자기 돈이 많이 들어오거나,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 그 돈과 인기는 잠깐 그 사람을 스쳐서 지나갈 뿐이다. 갑자기 얻었던 돈과 인기가 사라지면 그 작은 그릇의 사람은 그 지나간 인기와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더 안 좋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그릇은 어떻게 키우는 걸까?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해야 키워지는 걸까?


나는 종종 내 시간이나 돈이 손해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으면 "기꺼이 내 시간 더 쓰지" 혹은 "내가 더 내지 뭐"라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라, 억울하단 생각이 먼저 든다. "아니 내가 왜?", "저 사람 왜 무임승차해?" "내가 차려놓은 밥상에 왜 저리 숟가락만 들이미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고,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하면 덜 손해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참 못났다.)


그런 생각은 사실 나도 하기 싫다. 저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면 그다음은 결국 자책의 생각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릇이 작고 소심해서야", "좀 손해 보면 어떻다고, 그 손해가 정말 내 삶을 뒤흔들어 놓는 손해도 아니고, 그리고 뭐든 더 하라고 하잖아. 사실은 그게 손해가 아니라 이득이라고"


이런 생각들의 반복을 하던 어느 날, "그나저나 그릇은 어떻게 키우는 거야? 내 그릇도 크면, 저런 생각 따위 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냥 그래 내가 더 하지 뭐!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렇게 생각이 시작되었다. 그릇은 어떻게 키우는 거지??


돈도 결국 사람이 가지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중요하다. 근데 그 그릇이 내가 원한다고 하루아침에 커지는 것도 아니고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몇 가지 책을 찾아보니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내가 손해 보는 태도는 필수다. 좋은 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제때에 안겨줘야 한다. 하나 줄 거 두 개 주고, 당신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줘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사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차차 사람이 바뀌고 내 사람이 된다.


하!! 책으로 읽을 때는 정말 고개 끄덕이며 맞는 말이지. 나도 그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천해보려고 하면 "내가 왜!! 쟤도 저렇게 하는데 뭐 하러 내가 굽히고 들어가?"라는 생각이 먼저 올라온다. 머리로는 알지만 직접 하려고 하면 그게 안된다. 실천이 안 되는 게 그릇이 작아서일 테고, 그릇을 키우려면 "한 개줄 거 두 개 주는 거"부터 되게 해야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1.2개만이라도 줘보자. 1개 주는 게 괜찮다면, 1.2개 줘보자. 그렇게 1.2개 주는 게 괜찮아지면 1.3개로 늘려보고.. 이렇게 조금씩 늘려보자. 나란 사람은 바로 2개로는 못주겠다.


나도 그릇이 컸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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