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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Mar 25. 2024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면 되는 것

미국으로 유학 와서 유학생을 마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일자리의 이동으로 지역을 옮겨 이사를 무조건 해야 했지만, 좀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여러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었다.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당연히 함께 따라온다. 유학생 때는 시간을 내는 게 좀 더 자유로웠다면 일을 시작하면서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방학 때도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에 유학생 시절에도 매년 한국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가면 길게 길게 있다 올 수 있었다. 연구는 계속해야 했지만 그리 눈치가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전공에 따라 연구실에 출근해서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엔 보통 3주까지 휴가를 낼 수 있어 길게 가지 못하기도 하지만, 내가 속해 있던 학과는 그렇지가 않아서 방학땐 지도교수에 따라 시간 사용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니 길게 한국을 들어가는 게 어려워졌다. 한 번씩 가면 적어도 두 달은 있다가 오곤 했는데 이제는 2-3주만 있다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2-3주가 너무 짧게만 다가왔고, 하고 싶은 거 많이 못하고 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남편에게 얘기하니 “상황에 맞춰서 해야지”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많은 경우 장점보다 단점을 더 크게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는 걸 이번일을 통해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분명한 장점과 분명한 단점이 있을 때 장점은 너무 쉽게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단점은 예전 것과 비교해서 예전 것이 더 좋았다는 생각을 오래 품는다. 상황이 바뀌게 되면 그로 인해 따라오는 여러 일들을 개별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돈은 많이 받고 싶으면서 자유롭고 싶기까지 한 것이다. 나중에 그런 일을(돈도 많이 벌고 시간적 자유로움도 있는)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 건데 내손에 새롭게 쥐어지게 된 건 보지 못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것 중 뺏긴 것만 바라보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얻게 되는 것보다 뺏기는 부분을 더 크게 보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이기에 사람은 그렇게 진화해왔다고 한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인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른 문을 열었으면서 들어가지는 않고, 닫고 나온 다른 방문만을 아쉬워하며 바라보고만 있는다. 새로 문을 연 방을 들어가야 좋을지 안 좋을지 알 수 있는데 방문까지만 열고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저 방의 좋았던걸 가지고 나올 수 있지만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상황에 맞춰서 해야지"라는 남편의 말에 "그렇지"라고 답한다. 사실 2-3주가 짧은 시간도 아닌데, 두 달과 비교해서 두 달을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만 생각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면 무리하게 되고, 그럼 일을 더 그르치게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 상황에 맞게,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방문을 열었으면 닫고 나온 다른 방문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자. 그렇다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 시절 좋았던 몇 가지를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다. 새롭게 갖게 된 장점을 바라보고 감사하자.  만족하는 삶을 사는 방법은 사실 대단한 게 필요한 건 아니다. 그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면 되는 것인데 그걸 참 어려워해왔다. 이젠 새로운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성큼 들어가자. 이미 닫힌 방의 문이 보이지 않도록 예전 것이 아쉽다 느끼지 못하도록 더 깊숙이 들어가 봐야겠다.  


사진: UnsplashHowie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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