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껄껄껄
요즘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껄*(맞춤법으로는 걸이 맞지만 좀 더 강조하고 싶기도 하고, 저는 발음할 때 껄이라고 말하는 편이라 껄이라고 표기하겠습니다.) , 껄, 껄이 많았다. 이거 할껄, 이거 먹을껄, 저쪽 길로 갈껄, 좀 더 빨리 할껄.. 분명히 선택을 할 때 그래 이거야! 해서 선택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걸 하던 저걸 하던 크게 상관이 없는 선택에서는 잠깐 '껄'들이 올라와도 딱 그때만 그 생각을 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긴 한데, 나름 큰 결정을 내릴 땐 그렇지가 않다. 아! 이렇게 할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그때는 이 생각을 못 했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점점 더 많은 '껄'들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튀어 오른다. 이 생각도 저 생각도 못 했지? 요렇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요건 몰랐지? 라며 다른 걸 선택했을 때 가능했던 옵션들이 마구마구 튀어 오른다.
종종 남편에게 "이렇게 할껄 그랬나?"라고 말을 하면 "이미 선택했는데 뭘 후회를 해, 가능한 대로 해야지"라는 심플한 답이 돌아온다. 그럴 때면 뿅 망치로 두더지 머리를 때려 다시 땅속으로 집어넣듯 껄들이 잠시 안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결국 또 옆에 있던 다른 껄들이 튀어나온다. 다시 저 말로 두더지 머리를 때려 내려놓지만,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튀어나오는 두더지들처럼 껄들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튀어 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껄들이 저렇게 계속 튀어나올 때면,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거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좋다고 생각하고 한 선택인데 뭐가 두려워서 이러지?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후회 좀 안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참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작은 일이던 큰일이던 난 후회를 자주 한다. 후회라는 것 자체만 보면 나중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너무 잦은 후회는 나에게 좋은 것보단 안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져온다. 내 선택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그 순간 내가 갖은것보단 못 갖은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니 만족하며 사는 삶과도 거리가 멀다. 거기다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 낭비도 크다.
이걸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잘 선택했어! 지금이 좋아!"라고 실제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찰지게 혼자 말해준다. "자~~~ 알 선택했어!! 쪼아!!"라고 크게 말하면 크게 말할수록 뿅 망치에 맞은 '껄'두더지는 다시 머리를 잘 내밀지 못한다. 참 유치하고 별거 아닌데 효과가 있을 때면 혼자 껄껄껄 웃게 된다. 같은 껄인데 웃을 때 사용도 가능하고 후회할 때도 사용이 가능한 껄을 나는 웃을 때 사용하지 못하며 살아온거같다. 오늘은 "오히려 더 좋아!"라고 말하고 크게 껄껄껄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