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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Apr 05. 2024

40대 친구보단 나만의 시간이 좋을 때

나만 그런가? 나는 그렇다! 

금요일 아침, 아들의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미국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봄방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2,3,4월 중에 한주를 쉰다 (주마다 쉬는 주가 다르고, 기간도 다르지만, 보통 한주를 쉰다. 어떤 주는 2월과 4월에 한주씩 두 번을 쉬기도 하고 다양하다.) 이번 봄방학 때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네 집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 그 언니와 나는 벌써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고, 임신, 출산 기간이 같아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도 함께 자주 만났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끼리도 당연히 친해졌다.


둘 다 유학 중에 만났고, 학위를 마치면 직업의 위치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유학생들의 당연한 다음 수순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다행히 운전으로 4시간 거리(미국에선 운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라면 가까운 거리로 본다)의 위치로 이사를 가서 자주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며 헤어졌다가 이번 봄방학을 맞아 우리가 언니네로 놀러 가기로 한 것이다.


금요일 아침부터 아들은 나를 달달 볶기 시작했다. 빨리 가방을 싸자, 선물 포장을 마무리 못했다. 카드를 써야 한다. 이걸 해달라. 저걸 해달라. 요구사항은 끝이 없었고, 빨리나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사실 4시간 운전이 부담이 되는 거리이기에 나는 계속 뭉그적거리고 있었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과 다른 집에서 자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고 왕래가 많았지만 잠을 자는 것까지 편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은 친구네 집에서 처음 잔다면서 신나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 친구네서 잠을 자거나 친척집을 가서 자는 것이 너무 신났던 기억이 있고, 그걸 알기에 조금씩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안 나가면 너무 늦게 도착하게 되니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중간에 3번의 정체와 휴게소 들리고 하느라 출발한 지 5시간이 넘어 언니네 도착을 했다. 1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모두들 그대로였다. 아이들은 잠깐 어색하게 인사를 하더니 바로 놀기를 시작했고, 우리들도 밀린 수다를 떨며 저녁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빴고, 우리도 밀린 수다로 바빴다.


1박을 예상하고 갔지만 언니는 5시간 넘게 왔는데 바로가냐, 내일 꽃등심 먹으려고 준비해 둬서 이거 먹고 가야 한다. 월요일도 자기네도 노니 월요일에 가라. 라며 나를 꼬셨고, 월요일은 일정이 있어서 안되니 일요일까지 있는 것으로 일정을 옮겼다. 아들은 신나서 방방 뛰었고 언니네 집 아이들 덩달아 신나 했다.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살 때도 그랬지만 이 언니는 사람을 참 잘 챙긴다.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잘 자리까지 마련해 주고, 집에 돌아갈 때면 집에 가서 먹으라고 뭐라도 하나 싸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의 챙김을 받은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언니 주변엔 사람이 항상 많았다.


이번에도 언니는 여러 사람을 불렀다. 우리도 갔지만, 비행기 타고 와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운전해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사람도 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가웠고,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어릴 때의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기 시작했다. 누군가 불러주면 나가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불러주면 흔쾌히 약속을 잡지만 만나는 날이 다가오면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만나면 또 잘 놀다가 오지만, 나가기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중요하다는데 점점 갈수록 작아지는 인간관계를 바라보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그리곤 괜찮겠다는 결론을 바로 내버렸다. 지금 나의 나이대는 나나 친구들이나 모두 애들 키우고 커리어 쌓느라 정신없는 시간대이다. 잠시 숨 고를 시간이 있다면, 혼자 쉬고 싶단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나처럼 예전과 다르게 약속이 생기면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나만 그런 건가?)


그리고 나는 요즘 시간이 생기면 숨 좀 고르면서 쉬거나, 나를 위한 시간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게 쉬고 나면 또 다른 일을 할 힘이 생기니까.. 이 나이대가 지나가고 좀 더 나이가 들면 지금과는 생각이 또 다를 것이고 그에 맞게 잘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그때 적절하게 필요한 순간들이 있는 것이고, 지금의 나는 충전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것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사진: UnsplashZeynep Sü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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