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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Apr 14. 2024

나만의 힐링타임 찾기

 주말에 카페 가기

예전에 남편과 싸우고 주말에 가방을 싸들고 혼자서 나왔었다. 주말엔 바쁜 일이 있지 않는 한, 아들과 셋이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그날은 도저히 다 같이 집에 있기 싫기도 했고, 남편이 먼저 선수 쳐서 나가기 전에 내가 먼저 나와버렸다. 보통 나가도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들어가는 편이지만, 그날 난 나가서 점심도 혼자 사 먹고, 카페도 가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갈 작정이었다. 


그렇게 혼자 점심을 먹고, 찾아 들어간 카페는 검색해서 나왔던 사진보다 인테리어가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가장 큰 테이블이 비어있기에 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 주말엔 집에서 시간이 생긴다 해도 노트북을 켜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서 자잘하게 할 일들은 결국 다음 주 업무시간 중에 처리하게 되는 편인데, 그날은 시간도 생겼고, 카페라는 공간 덕분에 노트북을 펴고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쇼핑도 하고, 책도 읽고,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말엔 바쁜 일이 있지 않는 한, 혼자서 카페를 찾는 일은 없기에 (조금씩 적어지고 있지만 나가려고 하면 아들의 컴플레인은 대단하다.)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참 크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남편에게 화가 나있던 감정도 눈 녹듯이 없어지고 있었다. 이따 저녁에는 아들이랑 하루종일 있느라 피곤했을 남편에게 맛있는걸 저녁으로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마다 힐링이 되는 방법은 모두 다를 테지만, 나에게 주말에 카페에 가기는 나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이다. 주말에 잠깐이라도 혼자 카페를 갈 시간을 만드는 건 사실 쉽지 않았는데, 아들이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그 시간이 가능해졌다. 한글학교 수업은 토요일 오전 9시-12시까지 하기 때문에 아들을 한글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그 근처의 카페로 가서 아들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있으면 되었다. 남편은 3시간을 한 카페에 앉아있는 걸 힘들어해서 한번 같이 간 뒤로는 한글학교 데려다주는 건 내가 맡아서 하고, 남편은 아들 숙제를 봐주는 일을 맡아서 하기로 했다. 


자택근무를 하는 나는 주말엔 집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남편은 남편대로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쉬고, 난 이 네 가지가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하루 한 끼는 샐러드 같은 싱싱한 야채와 과일로 채워진 식사하기. 규칙적으로 (매일이라면 더 좋고) 화장실 가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꼭 갖기. 이 네 가지를 매일 다 한다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생각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바쁘면 자는 시간을 포기해 버리고,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 보다 조금이라도 더 의욕을 가지고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하나하나 내가 좋아하는 장소,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 알아보는 것도 꽤 재밌는 일중 하나다. 그렇게 나와 조금 더 친해져 본다. 


사진: UnsplashKeghan Cros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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