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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Jun 25. 2024

긱 경제(gig economy)의 득과 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새라 케슬러>를 읽고

긱 경제(gig economy) :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



긱 경제는 위에 쓰여있듯이, 산업현장의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를 말한다.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생각나는 일자리는 프리랜서, 비정규직이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긱 경제에서 말하는 것과는 임시라는 기간이 다소 다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기간이 길다는 것뿐이지 임시직인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긱 경제라는 말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책에서는 처음엔 긱 경제의 장점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독립성이 보장되고, 근무시간이 유연하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3가지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긱 경제에 매력을 느끼고, 자신을 프리랜서로 전환하고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긱 경제에서 독립성, 유연함, 자유로움이라는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전문성을 보장하는 자리들뿐이다. 



나에게 '프리랜서'라는 말이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일지라는 아나운서들이다. 방송사에 아나운서로 들어가서 유명해지게 되면, 많은 경우 프리선언을 한다. 방송국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고정 월급밖에 받지 못하지만, 이미 자신의 지지도가 있는 사람들은 프리선언을 함으로써 몸값을 어마어마하게 올릴 수가 있다. 방송국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자신이 소속된 방송국 프로밖에 출연하지 못하지만, 프리선언과 동시에 다른 방송사에 출연도 가능하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올라간다. 



이러한 직업군의 경우 긱 경제를 이용하면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거기다 소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 자신이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따라온다. 하지만 이렇게 긱 경제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는 직업군은 아나운서와 같은 전문직에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긱 경제에 대해서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직업은 우버(Uber) 기사다. 우버는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 중에 하나고, 택시를 타야 하는 사람들을 기사와 연결해 주는 앱을 개발함으로써 엄청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를 한 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기사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로 사람들을 태우게 만든 것이다. 자영업자라는 타이틀을 통해 회사는 차를 유지, 관리하거나, 기사들에게 휴가를 주거나, 복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 snow_mvn, 출처 Unsplash



사실 우버는 나도 자주 이용한다. 특히 공항을 가야 할 때면 우버가 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예전에 우버가 없던 시절,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 때, 공항을 가기 위해선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짧은 일정이라면 차를 공항 주변 주차장에 주차해야 했는데,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가 망가졌다는 후기가 종종 올라와 괜찮은 주차장을 찾는 것이 일이었고, 일정이 짧지 않다면 공항까지 데려다줄 사람을 찾거나, 콜택시를 이용하거나, 렌트를 해야 했다. 



하지만 우버가 생기고 나서는 공항을 갈 때 도시에 산다면 어떤 시간대에 차를 불러도 몇 분 안에 집 앞까지 차가 오기 때문에 정말 편해졌다. 더 이상 '공항까지 어떻게 가지?'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타는 사람 입장에서 장점뿐만 아니라 기사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장점이 되기도 한다. 당장 일을 해야 하는데 써주는 곳이 없을 때, 차가 있다면 우버 기사로 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돈도 꽤 많이 벌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격경쟁이 시작되며 탑승료가 낮아졌고 기사에게 떨어지는 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격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여러 불만들과 소송으로 조금씩 정책들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기사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은 크다. 직원이 아니기에 갑자기 다치기라도 하면, 유급휴가라는 걸 사용할 수도 없고,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생활은 더 안 좋아지기 쉽다. 특히 미국은 의료보험비가 엄청나게 비싼데, 회사가 많은 부분을 커버해 줘서 의료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스스로 의료보험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런 경우라면 병원을 가는 건 더더욱 어려워진다. 보험이 있어도 의료비가 비싼데 보험 없이 병원을 가게 되면 치료비 폭탄을 맞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한 예로 보험 없이 응급차를 탔다면 $10,000, 피검사 한 번에 $300-$400, 감기로 의사 한번 만났다면 $1200-$1500 정도가 청구된다.)  




긱 경제는 특정 그룹에게만 좋은 자리이지만, 점점 이러한 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고, 보장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장에서 더욱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긱 경제에 대한 장점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던 첫 부분을 읽으며, 생각보다 좋은 자리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책은 한 챕터가 끝나고부터는 긱 경제의 단점과 문제점을 제기한다. 직장이 없다는 말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라 읽기 시작했지만, 예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에 마음이 사실 무거워졌다. 



어제도 공항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집에 돌아오며, 팁을 몇%를 줄지 고민했다. 우버 기사가 앱에서 제시하는 길이 아닌 톨비(Toll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길로 돌아서 왔기 때문에 10분 정도가 더 걸렸기 때문이다. 밤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기에 어떻게든 집에 빨리 가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10분이 그렇게 큰 시간도 아니기에 원래 주던 %의 버튼을 눌렀다. (18%, 20%, 25%가 기본 세팅)



이제는 우버를 탈 때마다 긱 경제와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의 최소 복지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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