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를 읽고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것에 '중독'되어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커피'였다.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삶을 살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유튜브에서 커피가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될 때면 "그래! 이제 그만 마시겠어!"라고 결심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빵을 토스트기에 굽고, 커피를 한잔 내린다. 전날 커피를 안 마시기로 결심을 했던 날은 커피머신 앞에서 몇 번을 서성여보지만, 몇 분 지체할 뿐이지 결국은 물을 채우고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른다.
커피는 이제 안 마시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졌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이 매일 마시는 음료가 되어버렸다. 어떤 연구에선 하루 몇 잔까지의 커피는 괜찮다고 말하고, 어떤 연구에서는 그렇게 매일 마시는 것이 좋을 것 없다고 말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는 커피를 이제 좀 그만 마시고 싶긴 하다.
커피를 끊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커피자체가 갖는 중독성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 때문이다. 특히 오후에 마시는 커피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기보단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어서 커피를 뽑거나, 주문한다. 언젠가부터 단것을 먹을 때면 커피를 항상 마셨기에, 단것이 먹고 싶으면 단것이 먹고 싶다는 생각 대신에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커피가 준비되면 자동적으로 단것을 곁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카페를 가면 자동적으로 커피를 시키게 되지만 반도 마시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다 먹고 싶다고 생각해서 샀던 디저트도 반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찌 생각해 보면 둘 다 먹고 싶지도 않았던 것인데, 카페를 가면 커피와 디저트가 눈에 들어오고 자동적으로 그 두 가지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단 음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는 커피의 쓴맛과 단 맛의 조화가 환성적이기에 단 음식들을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단맛도 중독성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인간의 조상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세계에서 살았고, 열량이 높은 단것을 보면 일단 가능한 많이 먹던 사람이 생존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단것을 보면 우리의 뇌는 “일단 먹어!!”라고 소리친다.
나의 뇌는 커피와 단맛에 함께 반응을 한다. 아침마다 버터를 바른 고소한 빵맛과 쌉싸름한 커피의 맛이 떠올라 뿌리치기 힘들다. 앞에서 한 상 차려 먹는 남편을 보며 오늘은 밥을 먹을까 생각해 보지만, 대부분이 커피와 빵의 승리다.
거기다 커피는 전반적으로 마시기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끊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어딜 가나 카페다. 누군가를 만나도 카페, 혼자 일하러 가도 카페, 밥 먹고 나서도 카페, 여행을 가서도 카페. 그리고 카페는 오래 있는다고 눈치 받을 일도 없다 보니, 많은 경우 카페 외엔 선택지도 없다.
사실, 커피 말고 다른 걸 시켜도 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내 뇌는 '카페문을 연다.-> 전시된 디저트를 보며 주문할 디저트를 고른다. (고민이 되는 경우 직원에게 물어본다. 물어보고 나면 더더욱 꼭 시키게 된다.) ->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한다. ->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낸다. -> 주문한 음식을 받아와 세입정도를 먹고 마신다. -> 그 뒤로는 홀짝 거릴 뿐 거의 손도 안된다.' 이런 프로세스로 움직인다. 심지어 카페 가기 전에 ‘오늘은 커피 말고 다른 걸 시키겠어!’라고 다짐한 날도 저 과정을 밟는 경우가 더 많다.
중독증상을 없애기 위해선 먼저 2주를 끊으라고 하던데.. 과연 커피를 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오후커피만이라도 끊어봐야 할까? 오늘도 반 이상 남은 커피와 반이상 남은 달달구리들을 바라보며, 내가 왜 이걸 시켰을까 생각해 본다. 내 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가 않다. 의식하지 못하면 안 보이지만, 한번 의식하니 도대체 내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사진: Unsplash의Toa Heft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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