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답은 영영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생각해보면 아빠는 꽃을 참 좋아하셨다. 누가봐도 꽃을 참 좋아하셨다. 2-3년전에 글이 끊긴 카카오스토리에도 전부 꽃 사진이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카카오톡방에도 아빠는 꽃사진을 자주 올리셨다. 그런데 그 수십, 아니 수백장의 꽃의 사진들을 나는 한번도 자세히 들여다 본적이 없다.
동생이 이야기를 꺼낸 덕에 오랫동안 잊고있던 아빠의 카카오스토리가 궁금해졌다. 갓 회사에 입사하여 정신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던 나는, 아빠가 하나씩 올리던 꽃 사진 하나하나에 이토록 아빠의 마음이 담겨있늘 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아빠는 정말 꽃을 좋아하고 마음이 참 소녀같은 사람이었네. 지금의 나와 아빠는 일하는 것 외에도 성향까지 닮은 부분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우리는 어쩜 한번도 이런부분에 있어서 대화를 나눠 본적이 없었을까.
2014. 05. 10
오전 06:23
오늘 생일을 맟이하는 분들께 장미 꽃을 드립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2014. 10. 11
오전 06:33
가을에전령국화꽃
2015. 08. 14
오전 06: 52
오늘도 힘차게 출발
2015. 08. 21
오전 06:56
뜨거운 여름날을 견디고 나니 이런날도
2017. 08. 26
오전 06: 48
여름 끗 가을출발 휘리릭
나도 꽃을 참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꽃의 이름이라던가 꽃이 피는 시기 그런것 하나 잘 모른다. 그렇지만 꽃들이 너무 예뻐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참 설레한다. 그럼 꽃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고 내눈엔 똑같아 보이는 꽃들을 매일 애정가득 찍던 아빠는 꽃을 얼마나 좋아했던 걸까. 이제서야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이 궁금하다. 그 수많은 시간동안 나는 아빠에게 당신이 무얼 좋아하시는지 물어본적도, 당신의 관심사에 맞추어 대화를 해 본적도 없는것에 새삼 이상하고 속상하다. 아니 생각해보면 아빠는 늘 “이야~ 이 꽃좀 봐라~” 말을 걸었고, 나는 늘 딴소리를 했던 것 같다.
이제서야 알았다. 우리딸이 태어났던 그날 아침에도 아빠는 나에게 꽃 사진을 선물했었다.
막 세상에 나와 마주한 조그마한 딸의 사진을 찍어 아빠에게 보냈었다. 딸 사진을 아빠께 보내니 아빠가 ‘다알리아 꽃처럼 예쁘다’라고 회신 하셨더라. 나는 다알리아 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신지도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지금 보니 그 이른 아침에 아빠가 꽃을 찍어 보내주셨다. 그 새벽의 꽃 사진이 다알리아꽃이었네.
아빠가 돌아가시기 서너달 전이다.
그날 저녁에 아빠와 화상통화를 마친 후, 아빠가 나에게 ‘아마닐리스 꽃’이라며 사진을 보냈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보니 노란빛을 살짝 머금은 짙은 빨간색의 잎들이 큼직큼직한 것이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참 예쁘다. 참 예쁘고 매력적이라고 아빠한테 직접 말해줄걸. 그때 나는 아빠가 보낸 ‘아마닐리스 꽃’에 반나절동안 답장하지 않다가 동문서답으로 보냈다.
“아빠는 꽃 이름을 이렇게나 많이 아는데, 그 중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뭐에요?”
그냥, 정말로 궁금해서 그랬다. 우리아빠는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는지. 아빠의 대답을 들으면 다음주에 두번째로 우리집에 오는 엄마아빠한테 그 꽃을 준비해 놓으려 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때 한번 전화해서 물어볼 껄.
이제는 영원히 그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되어서, 생각날수록 마음이 답답해진다.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생일날. 이른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셨다. 그리고 낮에 아빠가 집에 들렀을때 귀여운 부케를 가지고 오셨다. 아빠가 사무실 뒤에 밭에서 직접 따오신 모양이다. A4용지에 돌돌 말아 부케 모양을 내고, 장미꽃 5송이를 꽂은 다음 부추를 길게 모양을 낸 근사한 꽃다발 이었다.
3년전에 아빠가 꽃 선물을 해주신적이 있다. 결혼하고 맞이하는 첫 생일이었는데 아주 커다란 꽃바구니를 보내주셨다. 미리 말씀하신것 없이 갑작스럽게 꽃이 배달와서 신기해하고 좋아했었다. 당시 언니들이 셋째딸만 멀리 시집 갔다고 꽃 선물을 해준다며 장난조로 질투를 했다.
그리고 올해 서른 다섯번째 생일날에도 아빠한테 꽃 선물을 받았다. 이제 아빠한테 받는 마지막 꽃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