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여자가 들려주는 둘의 영혼적인 삶과 전생의 이야기
2.여자가 들려주는 둘의 영혼적인 삶과 전생의 이야기
우리가 헤어진지는...정말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의 이번생에서의, 인간적인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지구에 오기 전의 시절, 인간의 육체가 없고 영혼상태에서 우주에서 삶을 이어나가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태초에 함께 태어났다가, 헤어지게 되었고 우주의 어느 한 켠에 있기도, 지구에서 여러 번의 삶을 각자 살기도 했었다. 인간적인 언어로는 윤회라고 표현되는 그런 삶들 말이다.
지구에서 우리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잠시 잠깐, 함께했던 지구에서의 삶도 있었지만 우리는 금새 헤어짐을 택했다. 솔직히 말하면...우리의 이별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영혼의 단짝이라는 것에 수많은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지만...글쎄, 그리스 신화 같은걸 보면 신들도 질투를 하고 배신을 하고... 지극히 인간스럽(?)지 않은가? 영혼들도 마찬가지다. 지구인들의 삶은, 그 영혼들이 갖고 있는 역사들의 투영되어 창조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보면 영혼의 단짝이라는 둥, 쌍둥이불꽃들의 역사가 그렇게 환상적이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리의 이번 생에서의 만남도 딱히 아름답지는 않았었고...사실 별다른 에피소드랄 것도 없는 만남이었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 알 수 없는 물음표를 계속해서 던져주었었고, 나는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무시하지 않았었다. 아니, 무시할 수 없다고 하는게 맞다고나 할까.그리고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왜 이런 알 수 없는 이끌림이 계속되는지를.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아느냐고?글쎄...어느날 갑자기 벼락같이 기억이 나버렸다. 마치 꿈 같은 몇 달을 보냈고...숨겨져 있던 영혼의 기억들은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인간의 몸을 입고, 영혼의 기억까지 하나하나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혼은 인간보다는 훨씬 큰 시야로 많은 것들을 스스로 계획한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고... 영혼의 상태로 우주에서 살던 삶과, 육체를 입고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살았던 여러 번의 생에서 특정 경험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뭐랄까... 그 시간들을 표현하자면 내가 모르고 있던 더 큰 나와 ‘합일’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사실은 나로서도 수많은 내적 갈등에 부딪혔던 시간이었는데, 이 과정이 인간적인 상식과는 배치되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근거가, 증명이 꼭 존재해야 하는 자연과학이 거의 신앙처럼 되어버린 시대 아닌가. 나의 과정에는 근거도 없었고 따라서 증명을 할 수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설명도 어려웠고, 솔직히 내가 배워왔던 인간의 질서 속에서는 스스로가 겪고 있는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도 납득도 어려웠다. 정말이지, ‘내가 혹시 미친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스스로도 수없이 던져야만 했던 것이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부정할 수 없던 한 가지는 그 ‘합일감’ 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던 감각이었다.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분명히, 더 크게 자각하는 과정이었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인간은 평생 헤메이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나 또한 그런 불확실함의 시간들 속에서, 다소 막연한 기분으로, 이 우주의 미아 같은 기분으로 누구에게도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내면의 물음표가 계속해서 이어졌었다.
그러나 잊고 있던 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떠올리며, 내 자신과 합일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처럼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특히 내가 떠올렸던 몇 번의 전생의 기억은, 내가 도무지 이 삶 안에서 인과관계를 찾을 수가 없던, 그렇지만 내내 나를 짓누르던 무언가 허기진, 무언가 하나를 어디에 두고 온 것만 같은, 아주아주 깊은 슬픔과 우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내가 겪어왔던 과정을 표현하자면 인간은 이 육체로 표현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며, 이 인간사에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큰, 육체 이상의 존재라는 것이며, 육체를 입기 전에 우리는 이미 영혼이라는, 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에너지들은 그러나, 그저 소모되어버리는 동력 같은 한정적인 의미의 에너지는 아니며, 각각 ‘존재성’을 지닌, 그러니까 ‘자유 의지’라는 것, 일종의 생명력이라고 하는 것들을 각각이 지닌 에너지의 존재라는 것이다. 에너지체...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영혼들은 지구에 올 때 자신의 육체에 자신의 아주 일부분을 담는다. 영혼들은 보통 인간이라는 형태에 본인의 지혜와 능력치, 그리고 숙제를 적절히 배합해서 미리 주변 영혼들과도 약속을 한다. 특히 가족 같은 경우는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각자가 갖는 숙제를 서로 가장 잘 비춰 줄 수 있는 존재들끼리 미리 가족관계를 맺자고 약속을 맺고 난 후에 지구에 육화하는(육체를 입고 한 존재가 지구에 오는 것) 경우도 많다.
영혼들이 인간의 삶에 담는 자신의 일부분이란 대부분 영혼들이 숙제로 삼고 있는 지점이다. 지구에서의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집착된 부분이나 오랜 두려움을 뛰어넘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의 목표이다. 물론 그저 지구의 삶을 재미있게 즐기고자 하는 영혼도 있고, 소위 인간사에서 높은 가치로 여겨지는 돈이나 명예 자체를 성취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게임도 한 단계를 클리어하면 시시해지듯이, 영혼들도 자신이 한번 도달해본 경험치에 대해서는 시시함을 느끼며, 더 높은 이상을 담은 것들을 창조해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런 새로운 목표치를 새롭게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생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