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페미니즘이야?”
내가 사회문제로 거론된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그리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당혹스러움과 어색한 공기만이 흐른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말한다.
“그렇구나.”
말하면 안 되는 말을 한 듯한 기분, 암묵적인 규칙을 어긴 위법자가 된 듯한 분위기, 그리고 어느 순간 나에게 규정지어진 사람들의 인식.
‘쟤, 여성우월주의자네.’
그 모든 심리적 흐름을 모두 읽어버린 나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했다.
‘이것이 현실이구나.’
연예인들 중에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사람들이 종종 기사에 실린다.
그리고 그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이렇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앞으로 쟤는 안 보고 싶다.”
어쩌다가 대중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게 되었을까?
먼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페미니즘의 가치’는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세계적으로 나라를 불문하고 여성들은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남성들은 정치, 사회로 나가 큰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반면, 여성들은 오직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여성과 남성은 성별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여성들은 그 당연한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하고 싶어도,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싶어도, ‘여성’이란 사회적인 성별적 차별 때문에 결국, 집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으로서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삶이란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인가.
그들에게 이러한 삶은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았을 것이다.
수백 년 간 이어져 온 모든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은 사람이라면, 잘못된 것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 정치, 교육, 문화 등에서 ‘여성’이라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남성이라는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 사회 제도적으로 교육, 취업 등에서 여성도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지 않아? 이제는 여성도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잖아. 남성 중심 사회, 남성우월 사회는 이젠 옛말이야.”
그렇다면, 나는 반문하고 싶다.
이제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신분제)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인식 또한 신분제의 잔재가 사라졌을까?
오랫동안 고착화된 제도는 한순간에 폐지되어 사라질 수 있으나, 그 속에서 함께 오랜 시간 고착화된 관념적인 문화는 단숨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도에는 여전히 사람의 높고 낮음에 대한 인식적인 구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문화는 제도와 함께 한숨에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잔재로 남는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다른 대우도 마찬가지.
법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남과 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었던 과거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페미니즘은 사회에 남아있는 이러한 여성 차별의 잔재를 없애고, 여성들이 남들과 평등한 대우를 받는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페미니즘이 현대에 이르러, 여성우월주의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여성 차별에 대한 주장 자체를 여성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이것을 페미니즘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
그리고 페미니스트란 이름표를 달고 남성에 대한 대우보다 여성에 대한 대우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사람들.
이러한 소수의 그릇된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로 인해 페미니즘은 곧 ‘여성우월주의’라는 인식으로 변모되어, 진정한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여성들 또한 같은 페미니즘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과 행동으로 인해 대부분의 올바른 페미니즘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욕을 먹어서야 되겠는가?
일부를 보고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잘못된 이들만 비난할 것이지, 다른 무고한 사람들까지 비난하는 것은 할 짓이 못된다.
내가 지향하는, 그리고 깨어있는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지향하는 진정한 페미니즘의 정신은, 여성이 남성 위로, 남성이 여성 위로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같은 대우를 받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이다.
그리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곧 평화로운 사회가 된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시작점은 바로 건강한 페미니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