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발효해 봐야지!
여러분 올해 간장은 담그셨나요?
저는 친정엄마에게 지난가을에 주문해 둔 메주를 갖고 왔어요. 설날에 시댁에 갔다가 친정에 갔어요.
90대가 코 앞인 노모는 해걸이로 메주를 만들어서 간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메주를 만들 때마다 올 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지 너무 많이 담았다가 또 줄여도 보았다가 하면서 세월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천근 같은 다리를 끌고 밭으로 가서 '여까지' 밭을 매고 가야지 하고 허리를 숙여 일을 하다가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아들이 찾으러 와서 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고도 말을 했습니다. 올해는 그래도 콩이 좀 되었다고 백태콩을 두 되를 대서 따로 챙겨서 줍니다. 그렇게 애를 써서 애지 중지 키운 콩으로 메주를 쑤었으니 80대 엄마의 진액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콩을 불리고 불을 때는 일은 같이 지내는 아들(남동생)이 툴툴거리는 소리가 분명히 첨가되었다고 봅니다. 집 앞에 100년 된 노란 은행나무 열매 냄새도 분명히 끼어들었음이 부인할 수 없지만 작은 떡 박스를 재활용해서 단단히 묶었습니다. 2장만 꽁꽁 싸맨다고 바쁘게 하고 있는데 잽싸게 나와서 3장을 요레 요레 싸매서 축담에 놓아둡니다. 넉넉히 담가야 먹을 게 있지 90년의 생활의 지혜는 당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귀성열차 KTX에 몸을 싣고 메주도 싣고 남편도 싣고 왔습니다. 20년 전부터 장 담그기 솜씨를 물려받으려고 일곱 번의 시도와 한 번의 실패가 경험으로 장착되었습니다. 알려주는 말날에 알람을 맞추었습니다. 메주도 씻어서 그늘에 말려두었습니다. 작년에 하고 남겨 두었던 숯도 챙기고 삼다수도 주문을 했습니다. 소금은 작년 가을에 미리주문했습니다. 베란다에는 진한 천리향이 가득 퍼져 있어서 오묘한 기분이 듭니다.
간장을 담그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부랴부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도 발효가 될까?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느닷없는 의문이 머리를 때려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손가락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요가로움'이라는 글을 체하듯이 급하게 올려서 오타가 보여서 송구함이 들었습니다. 그래 글을 발효해서 올려보자
메주 3 덩이를 씻으면서 지푸라기를 떼고 눌어붙은 곰팡이를 떼면서 머릿속에 불현듯 '글도 발효'가 될까 하는 사정없는 뜬금없는 맥락 없는 아무튼 이상하기도 하고 허공 중에 떠도는 단어들이 허락도 구하지 않고 밀려들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냥 쓸 수밖에 없습니다. 못할 일도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자 또 다른 단상들이 쏟아져서 독서토론에 읽어야 하는 <감정의 혼란>의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혼란이 머리를 덮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글로 옮겨 놓아야 하는 시급한 의무가 당도했습니다. 발효는 햇빛, 물, 바람, 소금, 설탕, 등이 꼭 필요합니다. 글을 물에 담글 수도 없고 소금에 절일 수도 더욱이 없고 난감하지만 바람을 느끼며 생각하고 햇빛을 보면서 책을 읽고 구름 한 점에 마음을 싣다 보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발효가 잘 되면 여러분들에게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발효와 글쓰기를 브레인스토밍부터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