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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Sep 02. 2024

내 반려동물 이야기, 그 첫 번째

너는 내게 어떤 의미가 되기 위해 왔을까?

 여러분이 곧 알게 될 이야기 중 내가 병에 걸린 이야기가 있다. 지금 이 글은 내가 병에 걸린 이후의 이야기 중 하나다.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어떤 동물들이 떠오르는가?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이 떠오를 것이다. 조금 더 해봐야 햄스터나 기니피그 정도일까? 내 반려동물은 닭이었다. 그래, 꼬꼬댁하는 그 닭말이다.

 다들 어릴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아저씨에게서 병아리를 얻어온 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그 병아리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닭이 되기 전에 이별했는가? 닭이 되었다면 그 후는 어떻게 되었는가? 내 예상으로는 닭이 되기 전에 죽었거나, 닭이 된 후에 누군가에게 먹혔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닭은 먹거리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잡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끝까지 키워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군가가 되지 못했다.


 내가 병에 걸린 이후, 우리 집에 큰 변화가 생겼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직접 텃밭을 가꿔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와 살충제 등 화학적인 그 무엇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저것들은 땅을 죽이고 벌레들을 죽여 결국 더 많은 화학비료와 약을 쓰게 만든다. 언젠가 이 농사법을 인생살이에 빗대어 글을 써 볼 생각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해보도록 하자. 친환경 텃밭 다음으로 또 하나는, 친환경 계란이었다. 닭이 태어날 때부터 항생제를 쓰지 않고 닭을 좁은 곳에 가두지 않으며 우리가 재배한 친환경 농작물 중 일부를 사료와 섞어 급여했다. 사료를 아예 안 쓰고 친환경 농작물만 먹이기에는 정말 큰 땅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사료는 먹였다. 그리고 친환경 농작물로 직접 키운 밀웜도 먹였다. 친환경의 콜라보인 것이다.


 몇 개월이 지나자 이 녀석들이 드디어 알을 낳기 시작하고 매일 계란이 나왔다. 시중에 파는 최고등급의 계란과도 비교가 안 됐을 것이다. 냄새는 물론이며 노른자에 이쑤시개를 꽂으면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을 때까지 꽂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직접 키운 친환경 농작물과 계란을 식탁에 올려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탉 중 하나가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암탉은 욕심이 많았다. 알이란 알은 다 가져가서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을 뺏으려고 하면 서글픈 소리를 내는 닭 때문에 우리는 며칠간 계란을 먹지 못했다. 그러던 중 품고 있던 계란 중 하나가 빠져나와 먼 곳까지 굴러갔다. 암탉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다른 알들을 품기 바빴다. 아빠는 유정란일지도 모르는 그 알을 닭장에서 꺼내 인공 부화기에 넣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공 부화기의 아래에 물을 받아두는 곳이 있었는데 우린 그 사실을 모르고 물을 받아두지 않았었다.

 며칠 후, 아니 몇 주가 지났었나? 부화기가 있던 아빠의 사무실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며 사진이 왔다.

새로 만난 인연, 닭

이전의 글을 읽었다면 내가 작은 생명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소식을 듣고 바로 아빠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암탉에게서 밀려 나와 죽을 뻔하고, 인공 부화기의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 한 우리 때문에 알을 제대로 깨고 나오지 못할 뻔한 병아리다. 넌 살아야만 하는 운명이었구나. 괜히 더 정이 간다. 바로 닭장에 넣었다가 새끼로 인식하지 못 한 닭들이 쪼아 죽일까 봐 집으로 데려가서 키워도 되냐고 물었다. 닭이 되면 닭장으로 돌려놓자는 내 말에 엄마와 아빠는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 작은 생명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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