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했던 건 첫 회사에서 1년이 지난 후였다. 특성화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19살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사에 취업했다.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사회로 뛰어들었지만 사람의 눈에 보이는 건 늘 자기보다 편한 것과 자기보다 잘난 것이다. 그때의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모님의 지원 아래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부모님의 그늘 아래 무언가를 준비하는 친구들 그리고 공기업과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 100명 중 1~2명이 대기업, 그리고 또 1~2명이 공기업에 취업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90명 이상의 학생들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난 그 1~2명을 부러워했다. 그들의 노력은 외면하며.
하지만 수긍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교에서부터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스펙을 쌓고 있던 친구가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무언가를 준비한다고만 하는 친구들. 내 눈엔 그저 부모님의 그늘 아래 앉아서 부채질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러웠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은 진작 그만뒀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나는 그만큼 몸도 빨리 지쳐갔다.
나만 왜 이렇게 바쁘지?
결국 1년을 조금 넘긴 후 퇴사를 결정했다. 회사에 올릴 핑계는 확실했다.
"슬슬 입대도 해야 하고.."
사실 스스로에게 대는 핑계인데 말이다.
그렇게 퇴사 후 우연히 새벽에 나갈 일이 생겼다. 볼일을 다 보고 집으로 다시 향하던 길에서는 차가운 느낌과 함께 어딘가 상쾌한 공기, 해가 뜨기엔 아직 한참 남은 진한 파란색의 시간. 새벽 4시의 냄새가 났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꽤 큰 시장을 지나가게 됐다. 새벽 4시의 시간, 회사에 다닐 때의 나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을 시간에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더 말이 필요한가. 나만 바쁜 게 아니었다. 아니, 나는 바쁜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앞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가? 100명 중 1~2명이 대기업과 공기업을 간다는 이야기말이다. 그건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들에게도 속하는 말이었다. 대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은 사실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가 있었고 부모님의 그늘 아래 사는 줄 알았던 친구들은 눈치를 보며 구인구직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부모님의 지원과 그늘 아래 있었던 친구들은 100명 중 1~2명뿐이었을 것이다. 그럼 대기업과 공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어떤가? 그들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학교에서부터 먼저 바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들도 모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