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존중 사이

by 안태현

최근 애정을 가지고 듣고 있는 밴드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밴드 모네스킨입니다. 그들이 부른 ‘슈퍼모델’(SUPERMODEL)을 듣고는 그야말로 경도가 됐습니다. 이후에 그들이 부른 ‘맘마미아’(MAMMAMIA), ‘아이 워너 비 유어 슬레이브’(I WANNA BE YOUR SLAVE)를 늘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끌릴 때마다 듣습니다. 대중들에게는 ‘베긴’(Beggin’)으로도 유명합니다. 다들 한 번쯤 길거리에서 들어봤을 노래일 겁니다.


이들은 음악 말고도 패션으로도 큰 영감을 줍니다. 젠더 고정관념에 갇혀 있지 않은 실험적인 의상을 보고 있자면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노출도 과감합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빅토리아 데 안젤리스는 과감하게 상의를 벗고 공연을 펼칩니다. 다미아노 다비드는 망사 스타킹을 입고 무대에 오르거나, 팬티만 입고 무대에 오를 때도 많습니다. 누군가 보면 정말 선정적일 수도 있으나 그들은 성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 옷은 어떤 성별만 입어야 해’라고 규정 짓는 순간, 모네스킨의 음악은 무너집니다. 그렇기에 늘 그들이 이번에는 어떤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할까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런 모네스킨이 MTV에서 개최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의 무대에 초청돼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다미아노의 패션은 파격적이었습니다. 가죽 바지의 중앙은 뚫려 있었고, 그대로 팬티가 노출됐습니다. 빅토리아 역시 평소대로 니플에 스티커를 붙인 채 한쪽 가슴을 드러내놓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MTV는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몰랐나 봅니다. 빅토리아가 가슴을 내놓고 베이스를 치자 황급히 화면을 군중으로 전환하더라고요. 백댄서들 중 니플에 스티커를 붙인 인물이 나오자 또 군중으로 화면을 전환합니다. 이 무대 영상은 MTV 공식 유튜브에 검열된 그대로 게시돼 있습니다.


방송을 송출하는 MTV 입장에서는 너무 선정적일 수 있으니 카메라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MTV는 모네스킨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동안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확인을 하지 않고 그들을 초청해 무대에 올렸던 것일까요. MTV는 과거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깨부순 TV 채널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 자체가 기성세대가 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모릅니다. 그렇기에 무조건 인정하라는 것도 폭력입니다.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존경 안 해도 존중은 할 수 있습니다. 밴드 음악의 팬으로서, MTV 무대는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들의 음악을 존경한다면서 그들의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건 조금 씁쓸합니다. 짜깁기 된 모네스킨의 무대 영상을 끄고 최근 그들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프 아이 캔 드림’(If i Can Dream)을 들어야겠습니다. 사족을 붙인다면 거기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언젠가 평화와 이해가 있어야 해요”(There must be peace and understanding som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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