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저 멀리 미국에서 좋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이정재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겁니다. 1년 전 공개 때부터 이날까지 <오징어 게임>에 대한 소식들을 챙기고, 아침부터 시상식을 보고 있던 저 역시 뭔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침 어제 이정재 배우가 출연한 <사바하>를 봐서 그런지 뭔가 기분이 더 오묘하더라고요.
정말 많은 축하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외신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던 때와 비슷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영어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아시아 작품이 미국 시상식에서 쾌거를 이뤘으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언제 들어도 부끄러운 단어이지만 오늘 하루는 '국뽕'에 취해도 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국뽕'에 취하기 전, 황동혁 감독이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황 감독이 한 말을 그대로 옮겨와 보자면 이렇습니다. "제가 신조처럼 삼고 있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 것이고, 그걸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남겼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황 감독의 소감은 '국뽕'에 휘말릴 뻔했던 저의 감정을 굳건하게 다잡아줬습니다. 그러니깐 황 감독은 많은 이들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라'라는 조언을 하고 있었습니다.
'국뽕'이라는 말이 나왔기에,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일까. 과도한 국가주의의 반영인 것일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갔지만, 저는 결국 제 특성상 개인적 삶으로 생각을 옮겨야 했습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인정이나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인정과 위로를 받기 위해서, 쏟아야 하는 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개인은 전체로 눈을 돌립니다. 누군가의 성취에 함께 기분 좋아하고, 누군가의 노력을 응원하고, 누군가의 삶에 찬사를 보내면서 함께 인정받고자 합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인으로서는 자책이 강해지고,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자들로부터 격리될까, 두려움도 커집니다. '과연 나는 저들처럼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무서운 상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외부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해집니다. 어쩌면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 자신을 갉아먹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늘 그런 감정에서 허덕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너무나 쉽게 해결이 됐겠죠. 힘들 때면, 의지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입니다. '너는 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니'라고 말하는 섣부른 충고를 피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충고보다는 곁에서 그 사람을 인정해주려고 합니다. 내가 그렇듯, 그 사람이 버티고 있는 것들이 무겁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건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인정하는 삶의 방식일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강인하게 태어나는 건 아닙니다. 갑자기 너무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할 수 있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장담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삶이 꿈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건 매일 제게 하는 최면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는 말이 의미 없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오늘 하루도 같이 수고했다'라는 진심의 말이 되기를 기원하는 매일입니다.
<오징어 게임>과 '국뽕'을 지나 생각이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더 말하고 싶은 것을 쓰다가는 단상이 아닌 진상이 될 것 같아 빨리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황동혁 감독이 이미 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쓰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당신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했으면 하길 바람"하고, 그것이 이뤄지기를 저 또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