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불러 줘
요즘, 부쩍 아들이 나를 불러서 오라고 해서 뭐 보여 주는 게 잔뜩 짜증 나고 싫어졌다.
애들이 뭔가에 흥분해서 아빠를 불러서 와서 보라고 하면 정말 너무 하찮은 것이다. 물론 자기들한테는 신기하고 놀랍고 대단하고 엄청난 것인데 어른들 눈에는 솔직히 하찮은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아빠~ 이리 와 봐. 와서 이것 좀 봐. 꼭 봐야 해, 얼른~" 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날 끌고 가면 솔직히 짜증이 난다.
그래서 툭하면 아이들에게 놀이터 나가서 놀라고 한다. 오늘도 놀이터 나가서 놀라고 했더니, 고함을 지르며 신나게 뛰어나 갔다. 평온한 시간이 30분이 안 넘어가서 나솔이가 헉헉거리며 엘리 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는 하는 말이, "아빠~ 이리 와 봐. 와서 이것 좀 봐. 꼭 봐야 해, 얼른~" 하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에잇, 잘 됐다.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운동을 안 해서 운동도 할 겸, 줄넘기나 하자 생각하고 줄넘기를 들고 나솔이 손잡고 같이 내려갔다.
나솔이가 기껏 보여 준다는 건 자기가 그네 타다가 앞으로 손 놓고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아들이 실망할까 봐 그네에서 손 놓고 뛰어내리자마자 나는 온갖 감탄사와 표정으로 칭찬해 주었다.
"우아~ 으아~~ 잘하네. 멋지네. 최고야, 그걸 어떻게~ 대단해~“ 나솔이는 기분이 좋아서 계속 그네를 타고
나는 기왕 내려온 것 줄 넘기 30분만 하자 생각하고 줄넘기를 시작했다.
근데, 줄넘기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서 생전 처음 보는 아이들 4명 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아저씨~ 아저씨가 혹시 나웅이 아빠예요?"
"응, 근데, 너희들은 누구냐? 그리고 날 어떻게 알아?"
그 4명이 하는 말이, "저~기 있는 나웅이 형아가 아저씨한테 보여 줄 게 있다고 아저씨 모시고 오래요”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화도 나서 성질을 냈다.
"안가, 이놈의 시키들아~~ 안가~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이 아이 4명이 울먹거리며 하는 말이,
"아저씨가 안 가려고 버텨도 나웅이 형아가 꼭 모시고 오라고 했어요 “ “어서 같이 가요 어서~"
하면서 매달리자 좀 더 버티면 애들이 울 것 같아 그만 포기하고 "그래, 가자, 가, 가면 될 거 아냐, 가자"
하고 그 4명이랑 같이 멀리 있는 나웅이에게 갔다.
나웅이에게 도착하자, 나웅이가 그 4명 중 1명에게 비비탄 4개를 수고비로 주고 나한테 하는 말이,
"아빠~ 이리 와 봐. 와서 이것 좀 봐. 꼭 봐야 해, 얼른~"
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 힘이 빠진 체로
"뭐~~ 도대체 뭐~~ 뭘 보여 주려고…" 했다.
나웅이는 "아빠! 잘 봐~~" 하더니 구름다리에 매달려 한 번에 2칸씩 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그냥 박수만 "짝! 짝! 짝" 쳐 줬다.
그리고 줄넘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또, 저~~기 뒤에서 나솔이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날 부른다.
"아빠~ 이리 와 봐. 와서 이것 좀 봐. 꼭 봐야 해, 얼른~"
아…. 미치겠다….
* 그때는 귀찮았다. 요즘은 컴퓨터, 핸드폰 게임 한다고 나를 아예 안 부른다.
애들이 게임하다 ‘아깝다~’ 하는데, 나는 “나 불렀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