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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약어 [縮約語]

아이의 축약어

by 김형록

* 축약어 [縮約語] : 글자의 수를 줄여 간략하게 나타낸 말


나솔이의 식사시간 축약어


나솔 : 아! 아!

(갈치의 가시들을 발라 내 입에 넣으라는 뜻이다)


나솔 : 어?

(입속에 뭔가 이상한 것이 씹히는데 일단 갈치 가시는 아니니 이번만 먹어주니 다음부터는 부드러운 속살만 발라 먹여주고 의심받을만한 것은 아예 내 입에 넣지를 말고 주의하란 뜻이다)


나솔 : 어! 어!

(마지막 한 개 남은 고기 내가 먹으려고 아까 봐 놨는데 아빠가 잡 수시면 많이 곤란하지만 음식 욕심내며 까불면 얻어터질 것 같으니 아빠 입 속에 골인한 고기여 잘 가라 는 뜻이다)


나솔 : 으! 으!

(내 입속에 있는 닭다리에 붙은 살찜을 다 먹었으니 닭다리뼈를 내 입에서 빼서 뼈 통에 갖다 넣으라는 뜻이다)


나솔 : 아! 아! 아!

(아랫니 사이에 끼인 닭고기가 내 혀로 밀어내도 안 빠지니 어떻게 좀 해 보라는 뜻이다) 나솔 : 저거! (저기 내 손이 안 닿는 저 반찬을 조금 들어다가 내가 힘들게 들고 있는 밥숟가락 위에 얼른 안 올려놓고 뭐 하냐는 뜻이다)


나솔 : 이거!

(이 반찬은 젓가락으로 찔러도 잘 안 들어가고 젓가락으로 들어도 잘 안 들어지는데 어쩌자고 이런 큰 덩어리 반찬을 내 앞에 감히 올리는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포크를 갖다주고 내 작은 입에 하나씩 들어가게 잘게 자르라 그럼 조금 먹어주겠다는 뜻이다)


나솔 : 하아~ 하아~

(뭔 놈의 반찬이 이렇게 맵냐고 뭐든지 차가운 거 우유, 오렌지주스, 물을 당장 떠 와서 내 혀를 식히고 이 식사가 끝나면 난 반드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 필요충분의 조건을 지금 다 갖추었음을 만방에 알리는 소리다)


나솔 : 힝!

(왜 나는 칭찬 안 하고 형아만 칭찬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뜻이다) 나솔 : 우! 우! (밥 다 먹었으니 물티슈로 내 입을 깨끗이 닦으라는 뜻이다)


나솔 : 아이고~~ 아야! 아야! 아야! 아이고~ 아야! 우앙~~

(다시는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내 손으로 스스로 밥 잘 먹겠다는 금석맹약의 소리다)


* 어찌 귀엽지 않을쏘냐.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 아들이 또 있을까. 말을 안 해도 다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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