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과의 대화에서

by 시화


1


새는 몸통으로 난다.


새에게는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지만, 탄탄한 몸통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하늘을 나는 새는 존재할 수 없다.


양 날개의 힘을 키워 난다는 것은 모순이다.


새의 구조를 살펴보면 양 날개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고 가늘고, 중심부로 갈수록 두터워진다.


튼튼하고 굳센 몸통이 받쳐주는 새는 잘 날 수 있다.


하지만 양 날개만 커진 채 작고 약한 몸통을 가진 새는 결국 날 수 없다.



이것을 생각과 가치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생각해 보면, 양 극단으로 나누어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다 사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 의견만을 지지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옳다 생각하기보다는,


각자의 견해들 중 좋은 부분들을 수용하고, 중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더욱 넓은 지경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부터,


흑과 백, 그 경계인 회색의 모호함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나는 더 크게 사고할 수 있다.







2


인간이 추위에 노출되면, 손발 끝과 귓볼이 가장 먼저 차가워진다. 왜 그럴까?


중심부를 보호하기 위해 혈액이 몸통 속 장기들로 향하기 때문이다.


손발끝은 부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손과 발, 팔과 다리가 없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심장이나 머리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나의 부수적인 부분은 무엇이고, 중심부는 무엇일까?


부수적인 부분이 채워지더라도, 나의 중심부가 채워지지 않으면 삶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직업, 연애 등 인간관계가 나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결국 나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것 뿐,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삼고 달려온다면


결국은 채워지지 않는 깊은 마음 속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의 중심이 되는 궁극적인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먼저 고민하고 채워둔 이후에,


팔다리, 손발가락, 머리카락을 어떤 것으로 채울지 선택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팔다리만 가지고 살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중심부를 어떤 것으로 채우느냐가 우선이 된 이후, 부수적인 부분들을 채워야


보다 여유롭고 합리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합리적인 것이 꼭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실보다 득이 큰 것을 합리적이라 한다. 득보다 실이 크더라도,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맞은 선택일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세세하고 세밀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생에서의 굵직한 목표와 자아가 삶의 토대를 마련해 준다면,


그 안의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시간들은 한 사람의 인생의 해상도를 높여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우선순위를 따져서, 제일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하라고 하는 글을 쓰는 게 내게는 약간의 부담이자 모순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몸을 채우고 있는 모든 부분들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삶에서의 모든 부분 하나하나가 모여 디테일을 만들어 주기에!



그러나!


부수적 부분에 먼저 집착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귓볼과 손끝을 데우기 위해 장기들이 식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것처럼.


큰 물결이 되어야 더욱 다양한 곳에 마음의 물결을 흘려보낼 수 있는 거겠지,


나의 중심부가 튼튼하고 듬직해야 작은 것들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겠지



유연하고 평온한 큰 물결이 되어야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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