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퇴근길, 라디오에서 슈퍼문이 떴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바퀴 둘러보니
슈퍼블루문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을 만한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크기는 큰 달이 휘영청 걸려 있었다.
슈퍼문 뉴스는 매년 들려오는 것 같다.
몇십년에 한 번 뜨는 스트로베리 문이라나,
지금 놓치면 다음 세기에야 볼 수 있다나,
오늘 뜬 슈퍼블루문은 14년 후에야 또 볼 수 있다는데
그렇게 희귀하다면서 왜 잊을만하면 돌아오는지
약간은 싱거운 이 뉴스를 듣고는
집에 가는 길 슈퍼문과 삶의 굴곡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처럼
각자의 삶에도 매일 햇빛이 비치고,
매일 달빛에 가리워지는 순간들이
그 중에서도 유독 흔들리고 아픈 날이 오겠지
난 그걸 누구의 인생에 슈퍼문이 뜨는 날이라 하고 싶다.
결국은 다 의미를 붙이기 나름 아닐까
무슨무슨 달이 얼마만에 한 번 떴고,
그 와중에 이 빛깔로 동시에 뜨다니
별다를 것 없는 매일 뜨는 달에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의미를 부여하고
대단한 우연으로, 큰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
밤하늘처럼 고요하던 마음 속,
유독 크고 큰 달에 짓눌려 쉬이 잠에 들지 못하는 날
어느 누구에게는 그저 그런 보통의 날들이
내게는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는 밤
매일의 달과 다를 무언가가 없는데
그때는 그렇게 큰 줄 알았던 것
그때는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알았던 것
아마 내년에도 그렇게 희귀하다는 슈퍼문은 뜰거고
생 속 제일 큰 파도인 것 같은 것들이,
각자의 슈퍼문이 삶을 덮치려 하겠지
돌아보면 다 별거 아닐텐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