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어느 가장자리
창가를 장식하는 풍성한 황금빛 잎들
은행나무는 무거운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지나간 과오를 떨치려는 듯 움직인다
온 힘을 다해 피워낸 잎들을 내치는 모습이
애처롭지만 단호하다
여러 날이 지나고
황금같던 은행잎이 모두 떨어지고 난 가지는
앙상한 뼈대가 드러난 채 흔들릴 뿐이었다
개중에는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새들의 둥지를 품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나무는 이제 완전히 홀로였다
낙엽이 눈처럼 내리던 어느 날
유독 크고 고운 은행잎 한 장 발끝에 닿았다
나무에게 그 커다란 은행잎은
아마도 떨구기 싫은 커다란 자랑이었을 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순 돋아날 이듬해를 기약하며
거룩한 의식을 치루듯 털어내었겠지
나는 조용히 낙엽을 주워
두꺼운 책 속에 고이 끼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