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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룡 Jan 03. 2024

넨도의 온도 - 대화는 그 형식을 따른다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는가 - 트레바리 독후감

대화는 그 형식을 따른다      


화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청자다. 모든 화자는 듣는 이가 준비된 만큼의 말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터뷰든 사석에서의 대화든, 독서토론이든 그 자리가 제공하는 분위기가 대화 내용의 80프로를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토 오오키의 인터뷰는 날 것의 대화를 잘라 온 듯해 글을 읽었을 때 담긴 목적성이 읽히지 않는다. 한 편, 한 편의 인터뷰들이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도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그런 가공에 전혀 무심한 듯하다. 디자인에 대한 바로 사용해 볼 만한 정보를 원한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라는 부류의 사람들과 친해지는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원래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는 생산적이지 않다. 각자가 자신의 양상을 그리다 끝날 수도 있고 때로는 아예 딴소리처럼 여기지는 잡설을 나누기도 한다. 그것이 괜찮고, 오히려 권장할 하는 것이 되는 것은 타인은 그런 방식으로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을 가지고 그 사람을 파헤치면 남는 것은 뼈와 살 그리고 스펙 몇 줄이 남을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군가의 몸무게, 키, 나이, 체지방률을 안다고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만일 그렇다면 트레바리에서 독후감 대신 책을 읽고 난 후의 인바디를 제출했으리라. 목적 없이 일정한 거리에서 서성일때, 그때 주어지는 파편적인 체험들이야 말로 관계의 핵심이다. 우리는 그러한 재료들을 많이 갖고 자신이 느낀 인상을 덧씌워 움직이는 생명체를 그릴 수 있을 때 타인을 더 잘 이해했다고 느낀다.


디자이너들이 움직일 때 흘리는 자질구레한 부스레기들을 코로 많이 흡입하다보니 그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에 대해 몇 가지 더 알게 되는 것보다 친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 느는 것이 개인의 삶을 더 기름지게 만든다. 이런 무규칙 인터뷰를 다른 매체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친밀한 사람들이 늘수록 세계는 더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니까.


- 그 외로 구매한 이번 달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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