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는가 - 트레바리 독후감
사람은 현재를 산다, 언제나
시선을 멀리 두어야 파도를 탈 때 고꾸라지지 않는다. 제때 파도를 잡았음에도 몇 번이나 머리부터 처박히자 들은 조언이다. 수면에 파묻히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빨려 들어가는 노즈와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이었다. 해변의 천막을 바라보니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었다. 당장 발밑이 꺼질까 긍긍한 것이 잦은 실패의 원인이었다.
‘가진 돈을 몽땅 써라’의 메시지는 순간의 쾌락을 중요시 여기란 것도, 근시안적으로 살라는 것도 아니다. 현재와 미래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는 주요 쟁점이 아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이외의 지침들은 자연히 딸려 오는 결과물들이다. 무조건 아끼는 것이 답이라는, 때 지난 미신은 사람을 고꾸라뜨린다.
서핑에서 발의 위치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믿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보드는 균형을 잃는다. 나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믿어야한다. 재미있어보인다는 것은 경험의 축적으로 생긴 직관이다. 괜시리 몸이 끌리는 것이 아니다. 직관에 예민해져야한다. 손익을 따져서 결정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고,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은 언제나 현재를 살기에 늘 엉성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려야한다. 이때 직관은 돈보다 듬직한 동반자다. 이를 기르기 위해선 솔직하게 본인의 충동과 마주해야 하고 그 와중에 돈 쓰는 것을 거리끼면 나아갈 수 없다. 무엇을 깨닫게 되든 단순히 아끼면 좋은 일이 생기리란 세계관보단 유용하리라.
SIN 옷을 어떻게 팔까 고민했다. 롱블랙의 관점 24에서 문구 브랜드 Point Of View 의 대표 김재원님의 강연을 들었다. 문구류에 스토리를 입힌다기에 직접 매장에 가봐야할 것 같았고, 가니까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사진을 찍다보니 살바도르 클럽 또한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었고, 살바도르 클럽에 가니 영하의 날씨에 서핑을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서핑 전날, 복선처럼 자취방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새벽 1시에 찬물 샤워를 하며 내일 5시 반에 일어나 양양에 가야하는 이유가 뭘까 자문했다. 왜 나는 이런 고생을 사서하지? 나는 100년에 한 번 나올 천재도, 우월한 혈통의 소유자도, 락스타도, 심지어는 다들 한다는 유튜버도 아니다.
이전부터 안 가본 길로 굳이굳이 돌아가는 습관이 있었다. 웃긴 점은 그 길로 들어서면서도 궁시렁댔다는 것이다. 왜 아는 길로 가면 안되지? 정말 추워서 발이 얼어버릴 것 같은 강원도의 눈길에서도, 영어 단어를 미처 못 외워 빨리 학원에 가야하는 순간에도 강렬한 충동을 따라야만 했다. 이유는 댈 수 없지만 이 직관을 따라야 한다. 이번주엔 아끼는 후배에게 한 소리 들었다.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주변의 신호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라 답했다. 후배가 자기 아들에게 자신과 다른 삶의 전형으로 나를 소개하고 싶다했다. 직관이 나를 부끄럽지 않은 아빠 친구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 아 돈을 아끼면 초등학교 졸업 선물이라도 사줄 수 있을 텐데! 미안하지만, 그 돈은 캐논 카메라에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