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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장

by 콜리

듣기 문제가 시작되고 긴장한 나머지 평소보다 잘 들리지 않았어요. 초반부터 여러 문제를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문제들이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저는 스스로 자책하기 시작했죠. 아직 시험의 초반 부이지만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애써 다시 정신을 차리려 허벅지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 그리고 주변분들의 응원을 무기 삼아 평정을 되찾고 듣기 문제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제 실력이 나오기 시작했죠.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니 일상에서 대화하듯 귀에 들어왔고, 일본어를 듣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머릿속 업무 대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시험 보는 중에도 일본어 실력이 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보상이라 생각하며 시험을 시험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스스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삐걱거렸지만, 중반부터 다시 페이스를 되찾고 듣기 문제를 잘 마무리하고 독해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언어의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문법과 단어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렸다면 제일 중요한 센스가 필요했죠. 현지인이 아닌 이상, 어린 시절부터 그 나라에서 생활을 한 사람이 아닌 이상,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름 혼자서 연습한 것이 발음의 유사성, 그리고 문맥과 여러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단어와 표현이 들려도 당황하지 않고 유추할 수 있는 연습을 해온 덕분에 독해에서도 모르는 표현과 단어가 나와도 이해가 되었죠.


그렇게 3시간 정도에 걸친 시험을 마무리하고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선선해진 공기와 시험을 마쳤다는 후련해진 마음이 더해져서 기분이 가벼워졌습니다. 다 순한 자격시험이 아닌, 인생에서도 얼마나 나를 평정으로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테스트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저를 보며 낮아진 자존감과 자신감이 채워지고 있었죠.


paris; p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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