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세장
시험 성적의 결과는 한 달 정도 지나야 알 수 있고, 이제 학교 방학이 시작되면서 스스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온 도쿄에서의 1년이 조금씩 저에게 흡수되어 일본어 능력도 향상되고, 일본 사회에 잘 적응해 나아가고 있었죠. 지금이야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지만, 당시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뻔할 수도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잘 극복하고 이제는 투정보다는 인내하고, 지켜볼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1주일 정도는 시험 성적이 빨리 나오길 기다렸지만,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으로만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기숙사를 관리하던 형의 도움으로, 한국의 인력사무소와 비슷한 일자리 사무실에 개인정보를 등록하여 짧지만 다양한 일을 경험해 가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일이 들어오지 않아서 돈을 못 벌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했지만 그 걱정이 무색해질 만큼 연달아서 일이 들어왔고, 하루에 2-3개의 일을 한 적도 있었죠.
폐건물 청소, 신문 배달, 편의점 일일 알바, 건물 외벽 및 창문 청소, 등 방학이 시작되고 개학 후에도 3-4개월을 바쁘게 보내왔죠. 너무 몸이 힘든 일을 하는 거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당장에 일을 할 수 있고, 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일과 건축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그 기본이 되는 현장 청소와 관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아르바이트와 공부에 병행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JLPT성적 발표가 다가왔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오는 안정감이 성적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알게 모를 설렘과 무언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죠.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초반에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 못했지만 N2 성적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물론 합격 점은 넘었고, 예상외의 높은 성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의식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