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뜻으로 고대 동양철학의 세계관으로 하늘과 땅의 조화를 강조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상징한다는 뜻이랍니다.
쑥섬의 '쌍우물' 이야기입니다.
이 '쑥섬 쌍우물'은 본디 '빨래샘' 또는 '우끄터리 샘’으로 불리던 샘으로 쑥섬에서 가장 깊은 샘인 '동각샘'과 함께 1937년도에 신설되었습니다.
깊이가 깊고 형상은 둥글게 만든 것이 같은 시기에 판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우끄터리 끝에 있다고 해서 '우끄터리샘' 또는 빨래를 하러 간다고 해서 '빨래샘'이라고 했습니다. 이후에 마을에서 머언 이 샘을 오가면서 참 많은 애환들이 만들어져 전해오는 샘이기도 합니다.
이 '빨래샘' 아래에는 조그맣게 만들어져 있는 네모 모양의 얕은 샘 하나를 보실 수가 있는데 이 샘은 1974년 3월에 신설한 샘입니다.
위의 '빨래샘'은 너무 깊어서 물을 길어 빨래하기가 힘이 드니 아래에 쉽게 물을 길러서 빨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나 더 판 것인데 샘 이름이 ‘새빨래샘’입니다.
이렇게 해서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샘으로 조합을 이룬 두 우물은 근래에 '쌍우물'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나가고 빨래를 하러 오는 사람도 물동이에 물을 길으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샘들이 시간 속에 묻혀져 가는가 싶더니 쑥섬이 꽃섬으로 거듭나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게 되면서 지금은 제법 유명세를 얻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마침 탐방객들아 몬당길 비렁길을 거쳐서 내려오는 길에 지친 몸을 잠시 씻겨 주는 샘으로서의 역할을 잘해 주고 있기에 옛날 쑥섬의 어른들이 깊이 판 보람을 이제야 느끼게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쌍우물'
씻고 가셔요 다아
손을 씻으셔요
발도 씻으셔요
얼굴도 시원하게 씻으셔요
이 세상 하 많은 먼지들
저 건너 시름 많은 거 모두
씻어서 흘려보내고
가셔요
다시 화안한 얼굴로 바깥세상으로
나서셔요
동백꽃길이 기다립니다
맑은 정신으로 다시 남은 길
잘 건너가셔요.
고무신짝만한 섬, 쑥섬에는 샘이 14개나 있습니다.
마을 공동 샘은 6개이고 나머지는 개인집에 있는 샘입니다.
그중에 쑥섬을 찾는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샘은 당연히 '쌍우물'이며 그리고 자주 찾는 샘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샘 이름이 바로 '큰샘'입니다.
'큰샘'은 마을의 중심부에 있는 샘입니다.
'우첨/윗마을'이라고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덤불샘'과 함께 1925년 2월 2일에 중수되었는데 '共同 우물 2개소(큰샘, 덤불샘) 大石 四角 重修, 洞頭民 朴氏 孝德 後援 慶南 河東 大石 賣入'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큰샘과 덤불샘은 경남 하동에서 나는 커다란 석재를 매입을 했는데 마을의 유지였던 박효덕이라는 분이 후원을 해서 사각형 모양으로 중수(새로 고침)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샘을 들여다보면 잘 다듬은 커다란 석재가 샘의 네모난 모양의 틀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 석재를 머나먼 경남 하동으로부터 운반해 왔다는 것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든 샘을 두고 쑥섬에서는 새해가 되면 정월 초사흘날부터 샘굿을 시작하여 지극정성으로 관리를 하였습니다. 작은 섬에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니 샘을 잘 관리해야 했고 늘 수량이 많이 나기를 바랬을 겁니다.
식수로만 쓰는 ‘큰샘’과 ‘동각샘‘ 그리고 ’덤불샘‘은 주기적으로 물을 다 퍼내고 청소를 한 뒤에 금줄을 쳐서 첫 물이 고이기를 기다렸다가 잔을 올리고 샘굿을 쳐서 올 한해 맑은 물을 많이 내려 달라고 그렇게 기원을 했던 것입니다.
'샘굿'
큰샘 굿은 굿거리로 시작하자
맑은 기운일랑 모두 오너라
동각샘은 깊으나 깊으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으니 이 또한 복이다
덤불샘 굿은 자진모리로 몰아라
부정한 기운일랑 모두 쫓아 보내라
우끄터리샘 굿은 진심으로 모셔라
억울타 애기구신들 잘 달래야 쓴다
용왕지신 울리자
동방청제 용왕님
남방적제 용왕님
서방백제 용왕님
칠년대한 가물음에
물이나 칠렁 실어주소
일 년 내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쑥섬 사람 건강 충만 축원이요.
여러분은 '샘'하면 무엇을 떠 올리시나요?
'선생님'의 준말인 '샘'을 떠 올리시나요?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존재이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샘'인 거지요?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저에게 '샘'은 사람이 아닌 바로 고향집 '뒤안샘'과 쑥섬마을의 '큰샘'인 게 좀 다를 뿐입니다.
고향집 뒤안에는 아버지가 판 자그마한 '샘'이 하나 있습니다. 깊이는 2미터 정도이고 모양은 사각형인데 많지는 않지만 늘 물이 고여 있으며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둠벙'같은 샘입니다.
고향집에 가면 저는 늘 그 샘물로 세수를 하고 차가운 샘물을 뒤집어쓰며 샤워를 하는 그런 샘이지요.
그래야 고향에 온, 고향집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뒤안 샘물'은 바로 세상사는 동안에 흐릿해진 정신을 번쩍 들게 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샘'은 다시 '큰샘'을 떠오르게 합니다.
쑥섬마을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깊이가 깊지 않는데도 '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바로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바닷물이 만조가 되어서도 바닷물은 새어들지 않는 샘으로 오랜 시간 쑥섬사람들의 식수원이 되어 주었기에 '큰샘'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여 주었던 것입니다.
그 '큰샘' 물을 마시면 정말로 오장육부가 절로 씻겨져 바깥세상에서 켜켜이 낀 오만 욕심들과 욕망들을 모두 씻어 내리게 해 주는 것 같이 시원함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샘'은 바로 고향집 '뒤안샘'으로 온몸을 씻어내고 '큰샘'물로 속을 깨끗이 씻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그런 '샘'을 어디엔가 하나 정도 두고 계시지요?
한번 쑥섬에 드실 예정이시면 저희 ‘뒤안샘’에 들러 시원하게 목물 한번 하시고 ‘큰샘’에 들러 속 시원한 ‘큰샘 물‘ 한번 드시고 가시길 권합니다.
'큰샘'
예까지 오셨군요
지친 걸음 잠시
머물다 가셔요
남도길 바닷길 오르막 내리막
잠시 잠깐이더군요
비렁길 아슬하게 그래도 볼만한 절경이었습지요
마른 가슴 뜨건 마음
여기서 잠시 식혀가요
바다보다 더 내려간 수심
큰샘 물도 큰산 물줄기 잠시 머물다
가는 거랍니다
저 깊은 곳까지
수맥을 찾아 내려간 바램을
헤아려 보아요
그대에게 한 모금
시원한 큰산 약수 대접하려
그 옛날 쑥섬 사람들
물 터져 환호하던 날을
떠올려 보아요
오만 갈증
천만 욕망
여기서 다 씻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