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면 건너는 물목
<3분이면 건너는 물목>
'또 못 건너왔나 보네?'
아침 출석을 부르는 담임 선생님이 쑥섬 아이들이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물어봤습니다.
그 말은 '또 나룻배가 고장이 났는가 보네?'이거나, 아니면 '오늘도 날이 궂어서 나룻배가 못 건너왔나 보네?'였습니다.
맞습니다.
쑥섬에서 본섬인 나로도까지 가는 길은 얼마 되지 않는 뱃길이었지만 나로도 본섬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학해야 했던 쑥섬 아이들에게는 우여곡절이 참 많은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얀마'라고 하는 일제 1기통 중고 육상기(陸上機)를 달고 움직이던 나룻배는 자주 고장이 났습니다.
나룻배가 건너가는 중에 고장이라도 나게 되면 쑥섬 아이들은 바람 따라 조류 따라 통학길에서 하염없이 쑥섬과 나로도 사이의 물목에서 떠밀려 다녔습니다.
커다란 휠을 돌려서 시동을 걸어야 했는데 점화장치에 뭔가 문제가 있게 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또 돌아가다가 대책없이 시동이 꺼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날이 춥거나 기온이 내려간 날에는 유난히 기관 고장이 잦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 날은 궂은 날씨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사공으로 나룻배를 운항하시던 '두천이네 아부지'는 어떻게든 중고 '얀마' 기관의 숨을 살려서 아이들을 통학을 시켜주려고 커다란 휠을 돌리고 또 돌리느라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다시 시동이 걸리면 다행히 늦더래도 나로도항에 닿아 학교를 갈 수가 있었고 시동이 안 걸리게 되면 다른 배가 와서 견인해 가도록 조류를 따라 떠밀려 가야 했습니다.
태풍과 폭풍주의보가 내려도 그랬습니다.
바람과 파도가 센 날은 나룻배를 띄우지를 않았습니다.
태풍이 오는 여름과 가을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나룻배를 일찌감치 선창 안쪽에 단단하게 결박시켜 버리거나 건너편 나로도 진터 쪽으로 가서 좀더 안전한 곳에 결박시켜 놓거나 했고 태풍이 지나간 뒤에야 배를 내려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폭풍주의보가 자주 내리는 이른 봄철과 늦은 가을철 그리고 겨울철에도 운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쩔 때는 학교에 갔다가 주의보가 내려서 나로도항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생부터 중학교 3학년 생까지 쑥섬 아이들이 대략 100여 명이 학교를 다녔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모두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이거나 학교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날들이었습니다.
당시 어른 고무신짝 같이 생긴 나룻배에 대한 기록은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964년 : 나룻배를 새로 건조하였다. 당시 이장은 고태호였다.
1970년 : 나룻배 동력화(動力化), 육상기(陸上機) 중고를 매입해서 새로 설치하였다.
1971년 2월 : 나룻배 기계를 새로 교체를 하였다. 당시 남만우 고흥군수의 보조 20만 원을 받아 설치하였다. 당시 이장은 박선동이었다.
나룻배는 그 이전에도 있었겠지만 쑥섬마을 기록에는 자세한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고 1964년도에 ‘새로 건조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의 기억에 존재하는 그 나룻배입니다.
저의 어렴풋한 기억에는 초기에 그 나룻배는 양쪽에서 노를 젓는 형태로 되어 있었고 사공과 중학교에 다니던 형들이 양쪽에 붙어서 노를 함께 저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서부터 중고 육상기를 매입해서 그 나룻배에 장착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이듬해 새로 교체를 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저의 기억 속에 있는 ’얀마‘라고 하는 1기통(실린더가 1개로 작동하는 엔진) 플러그 점화식 육상기였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나룻배가 고장이 나서 학생들이 못 건너가거나 궂은 날씨로 나룻배를 못 띄우는 날에는 별 수없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학교에서는 그걸 출석으로 인정을 해 주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쑥섬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을 개근을 하였고 중학교 3년도 개근이나 정근상을 받았던 걸로 보면 쑥섬 나룻배 사공들의 수고가 얼마나 많았을지를 가늠해 봅니다 .
지금이야 재미난 기억이고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배 안에서 초등학교 1학년 생부터 중학교 3학년 생까지 함께 타고 있었던 나룻배에서의 기억들이 아직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쑥섬호를 타면 3분이면 건넌다'
쑥섬을 다녀오신 탐방객분들의 글들을 보면 대부분 멋진 '쑥섬호'의 선실에 장식해 놓은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쑥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멋진 '쑥섬호'의 날랜 그 짧은 운항 시간을 아쉬워합니다.
그 짧은 '3분'의 뱃길이 쑥섬사람들에게는 한 때는 '3시간'이 걸려서야 건널 수 있었던 애환이 많은 물길이었습니다.
<쑥섬 나룻배>
3분이면 건넌다는 물목에서
3시간을 떠밀려 다니던 시절
돌아라 돌아라
호이루*야 돌아라 어서 빨리 돌아가라
얀마* 기관 커다란 호이루 돌리느라
구슬땀을 흘리시던 두천이네 아부지
우리 쑥섬 아이들
학교는 보내 줘야지
집에는 데려 와야지
갔다가 왔다가
오만번은 더 했을 그 물목에서
시콩 시콩 시콩
식어버린 기관음을 살리느라
함께 장단을 맞추던 아이들
오늘은 다들 어디 쯤에서
힘찬 기관음을 내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고 있을까.
2017. 3. 9
* 호이루 : 엔진에 달린 ‘플라이휠‘
* 얀마 : 일본의 엔진 제조사 이름 또는 브랜드 이름
쑥섬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