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을 넘어 내일을 준비하다: 겨울눈과 싹
12월의 겨울산을 오르다가 식물로부터 느껴진 생명의 힘을 전달합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12월 중순
관악산을 오르다가 생명의 힘을 느끼다.
무심코 발아래를 보다 눈에 띈 어린잎.
가을이면 구절초 군락을 이루던 곳이라 더 눈길이 간다.
가만히 살펴보니 잎이 흰털로 싸여 있다. 대개 어린잎들은 약하기 때문에 차가운 기온에 맞서 체온 유지를 위해 솜털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의 어린잎도 숨털로 수북하다.
내가 산을 내려가면 어김없이 차가운 밤이 올 것이다.
겨울산은 식물에게 차별두지 않는다. 혹한으로 위세를 보일 것이다.
이 어린 식물은 어떻게든 기나긴 겨울밤을 버텨내고 또 버텨낼 것이다.
따스한 내년 봄볕이 그들을 감싸 안을 때까지.
위 식물을 확대한 사진
잎을 흰 솜털이 수북하게 감싸고 있다.
주변에는 이미 말라비틀어진 나뭇잎과 가지들 뿐이다.
애기똥풀(백굴채)
주변 식물들은 12월 중순 겨울날 잎들을 다 떨궈버리고 계절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바로 옆 식물은 말라비틀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으나 백굴채는 의연하다.
푸른 빛깔 그리고 둥그스름한 잎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백굴채는 양귀비과로 진통효과가 있다. 애기똥풀로 불리는 이유는 잎이나 줄기를 꺾으면 마치 애기똥색 같은 즙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겨울산에 모든 식물들이 겨울을 버텨내느라 잎을 떨구는데 몇몇 식물들은 그렇지 않다. 이 애기똥풀은 여리디 여린 식물이지만 제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의연하다. 애기같은 게 애기 같지가 아닌 것이다.
철쭉꽃
12월 중순, 아파트 단지에 피어난 이 철쭉꽃을 보라.
때를 모르는 철부지로 볼 수도 있으나 모두가 꽃을 피워내는 봄이 아닐지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계절이 아무리 겨울이라 해도 꽃은 피어난다. 조건이 맞으면 말이다. 알맞은 온도와 햇빛 그리고 영양공급이 이루어진다면 가능하다.
목련의 겨울눈
겨울눈이 가지에 달려 있다. 사진을 찍은 시기는 12월 중순으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해는 짧아지고 어둠은 일찍 찾아와 따스한 햇빛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기온은 떨어지고 찬바람은 잦아드는 이때, 겨울눈은 보드라운 솜털에 싸여 추운 겨울을 넘길 것이다.
따사로운 봄빛이 올 것을 기다리며 차가운 지금을 잘 버텨내고 있다.
목련의 겨울눈에는 두 종류가 있다. 가지 끝에 달린 것으로 크기가 좀 더 큰 것은 꽃눈으로 내년 봄이 되면 화사한 흰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 아래쪽에 달린 것으로 크기가 더 작은 것은 잎눈이다. 두툼한 잎이 나올 것이다. 목련은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목련화는 엄정행의 노래로 많이 알려져 있다. 따스한 봄빛 아래 목련꽃은 미처 잎들이 나기 전에 피어난다.
아아~순백색 꽃의 찬란한 향연.
개나리의 겨울눈
나뭇잎은 모두 떨어진 가지에는 생명의 움직임이 있다. 개나리에도 예외는 아니다. 줄기마다 겨울눈들이 마주 보며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 낮에 가지를 가만히 만져보자. 서늘하다. 밤이 되면 무척 차가운 날씨가 되는데도 생명의 움은 개의치 않는다.
겨울의 차가운 기온에도 얼어 죽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식물 내부의 수분량을 줄이고 어는점이 낮은 물질로 채워 넣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생장을 정지시키고 호흡을 감소시킨다. 체내에 포도당 함량을 늘리기 위해 사용을 줄이고 기질의 함량을 증가시킨다.
또한 세포 바깥 부분(아포플라스트)에 부동 단백질의 함량을 증가시킨다. 만약 식물이 추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 얼어 죽게 된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액상층의 수분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개나리의 겨울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