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나, 상태가 심각했다.
떨어지면서 땅바닥의 박혀있던 돌에 부딪혀 뼈랑 장기 일부분에 심각한 파손을 가져왔다. 많은 내부 출혈이 있었고 그 때문에 또 다른 장기들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할 곳도 많았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장기들의 큰 손상에 따라 그녀의 삶은 이제 시간적 한계를 가지게 될 것이었다.
“그녀를 살릴 수 있어. 물론 돈이 많이 들지만, 내가 댈 수 있어. 어려운 수술이겠지만, 최고의 의료진, 최고의 수술 시설을 구할 수 있어. 망가마진 살들은 미나의 것을 사용하면 돼. 아니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어.”
동진의 적극적이고 간절한 말은 굉장히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미나의 살이란 말에 민호는 갑자기 일전의 가까이서 보고 만졌던 기억이 떠오르는 동시에 매스꺼움이 올라왔다.
“파손된 장기들도 인공장기들로 교체하면 6개월 넘게 더 살게 할 수 있어. 아니 그 이상 일수도. 그녀와 같이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 함께 소문난 맛집에 가고, 석양이 지는 해변을 같이 거닐고, 커피 향이 향기로운 카페에서 삶의 얘기를 나누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줘!”
동진에게서는 호소력 강한 말들이 이어졌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지만…”
민호는 자기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에게 삶은 또다시 가혹했다.
“…”
민호의 침묵은 굉장히 길었다. 고민의 시간이 아니라, 체념의 그것을 품고 있었다.
민호는 다시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 곁에 몇 주간 지키다 직장 일로 먼 곳으로 출장 간 후 3일 만에 찾는 것이었다. 나날이 송이의 상태가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의식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3일의 시간은 3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녀는 그를 보자 남은 의식의 모든 것을 끌어 모아 다 쓸듯 했고,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소원이 이루어진 듯 눈물로 반기고 있었다. 송이도 그 떨어진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그 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순간은 이 순간 자체가 수많은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윽고…
그는 그녀의 여읜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녀는 민호의 손을 민호보다 더 힘껏 움켜잡으려 했다. 민호는 그녀가 힘을 주어 자신의 손을 감싸려는 것을 느꼈지만, 실제로 그녀의 움켜쥐려는 손에는 힘이 거의 없었다.
힘들고 지친 여윈 목소리로,
“고마워요. 무척 보고 싶었어요. 다시 와 주어서… 끝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녀의 말은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애틋했지만 또한 얄미웠다. 그런데 왜, 왜 다시 떠나려 하는가.
“키스… 해 줄래요?” 그녀가 마지막 인 듯한 부탁을 하였다.
그 말속에는 사랑 이상의 아픔과 서러움과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이제 윤기를 잃고 메말라 있었지만, 입술 속의 호흡은 여리고 사랑스러웠다. 그 순간 지난 그녀와의 시간들이 떠올라 민호는 송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묻은 채 벌꺽 울어 버리고 말았다.
“이제 나를 지우고… 다시 굳건히 사세요… 나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아니, 나의 삶은 불행의 순간들이 많았지만 당신을 만났던 순간과 함께 했던 시간들… 그리고 당신의 존재 자체는… 나의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나는 더 이상 살아있는 것과 진실한 것들에…. 상처를 받아 헛것들을 좇지 않고 진정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아요…. 정말 고마워요… 그래서 나의 갈 길은 더 이상 슬프지 않고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해요. 다만…”
그녀가 마지막 말을 하려는 순간 실수를 막으려는 듯 말을 멈췄다.
민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왜, 나는 사랑을 줄 수 없는 거죠? 이제, 정말 사랑할 자신이 있는 존재를 찾았는데…”
“아니…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가 만남은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당신이 그랬죠… 신이 있을 거라고. 나는 이제 어렴풋이…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아요. 진실되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할 것 같아요. 아니 신이 계셨으면 해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신의 손으로 만든… 영원히 변치 않는 것들 속에서… 부모님과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조이도 다시 보고 싶어요… 그리고 민호씨와… “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윽고,
“내가 가서… 먼저 기다릴게요... 저를… 꼭, 꼭 … 찾아 주세요!”
“…” 민호의 눈꺼풀은 눈물을 가두기에는 무척 여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