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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Feb 09. 2024

전시는 주말에 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람이 많으니까

프롤로그 │ 걱정이 앞선다


요시다 유니 전 


첫 카테고리의 첫 번째 취미로 소개하는 것이 호불호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이만큼 익숙한 시각에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만화 또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제시하지만

우리는 눈으로 쉽게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을 때로 쉽게 잊기도 한다.


최근 전시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전시가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는 좋다는데

화자 또한 친구들에게 제안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전시'다. 

친구들에게 전시 한 번만 봐달라고 얘기하면 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전시가 좋은 줄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어”
“나는 전시장 가면 머리만 아프더라”
“솔직히 전시 말고도 볼 게 많은데 굳이 가야 할까?” 


이런 슬픈 대답에도 화자는 여러분에게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처음 보는 전시에 의문을 품었던 ‘나’의 과거도 그랬으니까. 



첫 번째 전시

YCK 전시는 지금의 서일페와 비슷하다


내가 처음에 봤던 전시는 대학교와 관련한 특별한 전시였다.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은 본분을 다 하면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사실 작품을 더 보관하지 못하고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기만 하지만 너무 무겁고 또 집에 두기 어려운 짐짝을 해결하는 것 또한 상당한 골치다. 이 사실을 안타깝게 여겼던 당시의 ‘디노마드’라는 디자인 회사는 버려질 뻔한 작품들을 전시장에 진열해 미래의 예술가를 알려주는 ‘YCK' 전시를 기획했다.


그때 전시에 참여하는 지인이 있어 운 좋게 티켓을 구하게 된 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처음 보는 전시는 무언가가 많았다. 


'패션과 디자인, 회화와 조각' 


예상한 것보다 장황한 스케일에 어떻게 할지 몰랐던 나는 그 좋은 작품들을 두고도 3층까지 있었던 무수한 작품들을 감탄하며 30분 만에 모든 관람을 마쳤다. 짧았음에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맨날 보는 사무실의 책상과 네모난 인터넷 창을 벗어나 누군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을 보는 경험. 그 뒤로 전시를 좀 더 경험하고 싶었던 나는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를 찾아보며 세상에는 다양한 전시가 있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전시를 생각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서 독자들도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떠먹여 주는 전시와 팁'을 얘기해보려 한다. 


본론 │ 전시를 위한 네 가지 팁

1. 주말은 피하자

이집트 특별전


한 번은 보고 싶었던 이집트 전시가 개최되었다. 


얼리버드를 통해 원하는 시간을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가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이집트 전시가 열린 주말 아침. 예매했던 티켓을 바우처에 제시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전시의 입구로 입장하는 줄 알았는데… 내 손에 대기표를 주며 관객이 많으니 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입장 대기 시간 120분] 



주말 전시는 그렇구나! 오늘이 토요일이고 마침 공휴일이 껴있으며 수많은 가족들과 커플들 사이에서 혼자 전시를 보겠다는 나. 큰 실수를 했구나.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1시간은 주변을 돌아다녔고, 1시간은 인조 잔디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도 문제였다. 


마치 급식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줄을 서서 차례대로 작품을 보다 보니 작품을 해석하는 시간은 10초 남짓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날의 전시는 내게 영 좋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왔다.전시를 조금이라도 보기 위해 눈치를 보며 커플과 가족들 사이를 지나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정도면 사람을 구경하기 위해 오늘 전시를 온 것이 아닐까?’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힘들어했던 나는 기가 빨릴 때로 빨린 채 집에 들어오자마자 육체를 침대에 눕혀 미라 같은 몰골로 골골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주말을 피하자. 만약 주말을 피할 수가 없다면 오픈하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피해 전시장을 찾아가자. 개인적으로 저녁시간을 추천한다.


2. 이어폰을 챙기자

로메로 브리토 전시


전시를 보러 간다면 핸드폰을 100%로 충전하고, 이어폰을 들고 가자.


웬만하면 작품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슨트 앱 링크가 있다. '도슨트'란 작품에 대한 해석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해설자를 말하며, 평균적인 작품 설명은 1분에서 2분으로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이다. 화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모든 작품을 도슨트로 들으며 전시를 이해하는 것보다 한번 쭉 작품을 구경하다가 특정한 작품이 궁금해졌을 때 도슨트를 찾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도 작품을 딱 잘라 정의하는 것을 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결론이 아닌 작품에 담긴 작가의 개인적인 표현과 독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충돌을 희망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나름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시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방법을 이용한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의 세계관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추가로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전시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고자 도슨트를 다시 집에서 듣는 것 또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전시장에 따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와 경우가 다양하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자.


3. 직업적으로 바라보자   

라울 뒤피 전시


전시는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취미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마음은 전시의 시공자와 기획자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떠올려 보자.


처음 입장했을 때 보이는 작가의 이름과 연혁. 그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만약 나도 그 장소에 있었다면 그러한 생각을 했을지를 상상해 보며 각각의 파트들로 구성된 작가의 마음속을 구경하기 위한 여정을 준비한다.


작품을 진열하는 공간도 생각해 본다. 천장에 있는 조명은 각 작품의 분위기대로 색과 밝기를 조성한다. 우리는 전시 시공자가 설계한 경로와 조명, 액자의 질감과 크기에 따라 작품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도움을 받고 있다.


만약 의자가 있다면 꼭 의자에 앉아서 작품을 구경하자. 시공자가 설계하기를 의자가 필요한 작품들은 대체로 작품의 사이즈가 크며 눈높이를 낮게 하며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한눈에 들어오는 풍채를 바로 각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그리는 입장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썼던 시간과 기법. 그 안에 담겨있는 숨어있는 생각들까지 최대한 상상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작품의 구성을 하나하나씩 뜯어본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할 수도, 외주를 받거나 영감이 올 수도, 아니면 그저 아무 생 없이 그렸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그림을 보며 순서를 생각한다.


스케치할 때 어디부터 강하게 들어가 있는가?
사물에 대한 순간적 인식을 어떻게 파악했는가?
붓을 칠할 때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가?


이러한 분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인터넷 검색 찬스를 쓰자.


4. 미디어 전시를 경험하자


이 모든 과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직접 떠먹여 주는 전시인 '미디어 전시'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전 방법들이 전시를 유익하게 보는 방법이었다면 이 방법은 전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입문하기에 좋은 전시의 방법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미디어로 재해석을 했기에 관람을 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으며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빠른 습득이 가능하다.


추천하는 장소는 두 가지로 '명동 그라운드 시소'와 '빛의 시어터'가 있다.


명동 그라운드 시소의 경우에는 시간에 맞춰 사전 예약으로 운영되며 자리에 앉아 작품의 해석을 30분 정도 진행하고 이후 15분간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는 체험형 전시다. 또 반대로 '빛의 시어터' 경우에는 작품의 설명 없이 천 평이 넘는 거대한 공간에서 편하게 눕거나 돌아다니며 보이는 작품을 구경기에 수월하다.


사람이 많아 기가 빨리는 것을 방지하고 싶거나 오래 걷는 것이 힘들다면 미디어 전시를 추천한다다시 얘기하자면 예약제이기에 한 전시장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규모가 정해져 있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다만 빛의 시어터의 경우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보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마치며


화자는 작품 수보다 사람의 수가 많은 전시를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주말에 전시를 보는 것을 피한다.


평일에 여유롭게 전시를 보며 그날 하루의 기억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멋진 요리를 맛보면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듯이 전시도 작품을 보고 다시 소화를 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작품을 관람하고 글이나 사진으로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러 가지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어쩌면 남는 것은 사진과 그리고 일부분의 기억일 것이다.



그러니 사진을 찍고 싶다면 용기를 내 직원 또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부탁하자.

돈을 내고 입장한 사람들이기에 직원도 사람들도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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