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우리 동네는 도시개발로 인해 번화가가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공사가 진행이 되고 큰 아파트며 빌딩들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숲들을 벗어나 약간의 걸음을 재촉하면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사실은 이곳이 이 도시 숲들의 주인이라볼 수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엔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가 버티고 있는데 여름이 되면 나무 밑 평상에 졸졸 이 앉아 있는 할머니들을 마주치게 된다.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나무와 할머니들..
어느 날은 그곳을 지나가다 더위를 피할 겸 나무 밑 평상에 걸터앉았다. 그날따라 할머니들이 아닌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물으며 말동무를 해 드리고 싶었지만 그날은 그냥 그분을 지켜보고 싶었다. 어딘가를 향한 눈빛은 고요했고 인생의 고단함이 비쳤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분주한 도시 숲 속에서 그 숲을 바라보며 평안한 할머니의 눈빛은 대조를 이루었다. 한참이 지나서 내가 그 자리를 떠나고 해가 지려던 때까지 할머니는 그곳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마도 그것이 아름다운 죽음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