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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Aug 19. 2022

키다리 아저씨의 위로

눈은 입보다 많은 말을 한다.

사이먼은 나에게 있어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존재였다. 190은 족히 되어 보이는 큰 키에 위트 있는 말솜씨 거기다 지혜까지 겸비한 영국 신사인 사이먼은 내가 가장 애착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나는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마다 사이먼에게 상담을 요청하곤 했다. 우리가 만나는 장소와 시간은 늘 일정했다.

Where:  **donut

When: 11am

Menu: chocolate donut and 2 cups of coffee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도넛이 담긴 쟁반이 탁자에 놓이자마자 나는 나의 고민거리를 봇물처럼  쏟아냈고 사이먼은 달콤한 도넛을 한입 베어 먹으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인 후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나는 나의 모든 고민거리를 일기장과 사이먼에게만 오픈을 했다. 그래서 사이먼은 내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에도 그 후 뇌전증 진단을 받은 후에도 가족보다 빨리 소식을 들었던 분이었다.


"지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훌륭한 업적을 지닌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을 겪었던 걸 아니?"

나는 사이먼의 질문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 난 잘 몰랐는데?"

"정치인이나 과학자 예술가 등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을 겪었어."

"그래 맞아. 고흐도 뇌전증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


고흐의 작품들 중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은 고흐가 발작 중에 그린 그림이라는 말 또한 들어본 것 같았다.

"지나, 너는 특별한 사람이야."

그래 나는 특별한 사람이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름을 가졌을 뿐이지 그 다름으로 인하여 의기소침해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오늘도 사이먼은 측은한 눈빛으로 동정하는 말 한마디를 전하지 않고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해주었다.



눈은 입보다 많은 말을 한다. 음성으로 전달되는 말보다는 눈빛으로 전달되는 말이 때로는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더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먼저 눈으로 상대방의 기를 꺾는 것이다. 큰 고함을 지르며 상대방에게 겁을 주려고 한다면 이미 그들은 하수인 것이다. 진정한 싸움의 고수는 말을 아끼는 법.

이 원리는 싸움뿐 아니라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위로할 때도 쓰인다. 진정한 위로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이 말 저말 내뱉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것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감정을 찢어놓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작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자신의 말을 소중하게 들어주는 것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다. 때로는 입이 아닌 눈이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눈빛이 대화할 수 있도록 입은 잠시 침묵의 상태를 유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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