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를 걷는 신발…’
손에 TV 리모컨을 들고서 이리저리 채널을 옮겨 다니노라니, 곳곳에 자리 잡은 홈쇼핑 방송이 눅진한 유혹의 손길을 불쑥불쑥 내밀곤 합니다. 언젠가는 멋진 신발을 신은 한 쇼호스트(show host)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편안하다며 자랑하는 통에, 바로 전날 근동(近洞) 천변(川邊)을 걸으며 느꼈던 운동화의 불편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치들었고, 결국은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덥석 주문하고 말았으니, 그 일 역시 그러한 중에 일어났던 것이지요. 퇴직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를 누리게 된 탓에 그리 즐기지 않던 TV 앞에 앉는 시간도 늘어났으니, 기어코 그날의 사달까지 벌어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친 생전(生前)에 종종 TV에서 주문한 물건을 방에 쌓아두시곤 하시기에 무에 그리 홈쇼핑에까지 관심을 두시느냐며 불퉁한 표정을 지었던 일이 떠올라 혼자서 짐짓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합니다.
‘알○, 테○?’
하긴 그러한 경우가 어디 TV만의 일이랍니까? 스마트폰 세상 속에 빠져드노라면 바다 건너 값싼 직구 쇼핑몰 역시 자꾸만 눈길을 잡아끄니, 수업 중에 광고 매체의 허위나 과장을 조심하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이가 이러해도 되는가 싶어 목덜미가 후끈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 지역을 여행하던 중에 그곳 가이드에게 이 나라 사람들은 ‘알○’니, ‘테○’니 하는 쇼핑몰 제품을 많이들 사용할 게 아니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그런 허접한 물건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내 그이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 번화가 난징루(남경로) 자율주행차 전시장에서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지요. 이미 그곳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었다는 이야기야 전해 들었던 터이지만, 뛰어난 성능과 세련된 모습의 승용차들을 바라보며 가슴 언저리에서 뭉클대며 솟아나는 소유욕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한국 진출 선언한 中 로보택시… 기아, 오늘 ‘미래 전략’ 공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바로 그런 차들을 품고서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택시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이야 국가 간의 협의에 따라 이루어질 일입니다만, 여태껏 만만하게만 보았던 그 나라의 기술력이 이리도 눈부시게 성장했던가 싶어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입니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와요…’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에게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란 질문을 던졌다가 “봄이 와요.”라는 아이의 대답을 듣고서는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딴에는 얼음이 녹으면 당연히 물이 된다는 답을 기대했겠지만, 미처 얼음이 겨울의 상징이라는 생각에까지는 눈을 돌리지 못했던 것이지요. 오래전, 저도 딸아이가 제 앞에 있는 이모부를 보며 “아빠! 이모부 이는 ‘도 레 미 파 솔’이야.”라고 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딸아이 딴에는 자기 이모부의 치아를 보며 피아노 건반을 떠올렸던 모양입니다. 이처럼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아니, 엉뚱하다기보다는 창의적인 발상(發想)에서 비롯된 표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창의적인 발상을 담고 있던 아이들도 ‘학교’라는 제도권 속에 들어오면서부터 으레 어른들이 당연시하는 대답을 정답으로 여기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니 AI니 하는 등의 논리로 아이들의 사고 계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긴 합니다만, 획일적인 교육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신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여전히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고가 훨씬 더 열린 구조로 바뀌어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일 터이지요.
관련 기사 : 한국 진출 선언한 中 로보택시… 기아, 오늘 ‘미래 전략’ 공개 / 동아일보(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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