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소고(小考)…

by 이경오

지금의 집에 입주(入住)하던 무렵,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며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통에 무에 그리 호들갑인가 싶어 마뜩잖게 여겼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젠 그 기억이 무색하게도 건너편 학교 운동장으로 펼쳐지는 뭇 아이들의 재롱에 제법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 일이 잦아졌으니,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간사한가 싶습니다. 얼마 전에도 꽤 이른 아침부터 창문 틈새로 새어드는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매달려 재잘거리는 아이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한껏 신이 나서 운동장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 그러고 보니 저마다 가방을 하나씩 둘러멘 모양새가 어디 바깥나들이라도 나서는 모양이다 싶었습니다.


요즘은 그걸 ‘체험학습’이라는 꽤 격식을 차린 이름까지 붙여서 부르곤 합니다만, 소풍이니 수학여행이니 하는 바깥 행사로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던 시절에도 그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무에 그리들 신이 났던지 아이들의 들뜬 함성은 운동장 구석구석을 가득 채웠고, 저마다 어깨에 짊어진 가방은 금세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한껏 부풀어 있었지요. 종종 짓궂은 친구 녀석이 몰래 뒤에서 열어젖히기라도 할 참이면, 마치 흥부네 가족이 탔다는 그 요술 박처럼 온갖 먹거리가 쏟아져 나와 한바탕 요란법석을 떨었던 모습도 아련히 떠오릅니다만.


그러고 보니 그 시절 가방 속에 담긴 먹거리 중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녀석이 있었습니다. 딴에는 친구들과 설익은 학구열을 다투느라 정말 그 속에 새우가 들어있을까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바로 그 ‘새우깡’이었지요. 하기야 이내 그 짭조름한 맛에 취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하나라도 더 먹을세라 과자를 움켜 입에 집어넣기에 바빴지만 말입니다.


‘“갈매기 지분도…”상반기 국내 과자 판매량 1위는?’

몇 해 전에도 그 새우깡이 50년의 역사를 맞이했다는 소식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뭉클한 감회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지금도 여전히 MZ 세대의 입맛까지 유혹하며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그저 대견하기만 합니다. 특히나 오늘 눈에 띈 기사에서는 기자의 예리한 안목(眼目)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새우깡이 그렇듯 꾸준히 사랑받는 중에는 사람들의 손에 올려진 그 짭조름한 맛을 탐하며 숨 가쁜 날갯짓을 펼치는 뭇 갈매기들의 숨은 공로도 분명히 있을 듯합니다.




관련 기사 : “갈매기 지분도…”상반기 국내 과자 판매량 1위는? / 국민일보 (2025.12.11.)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9098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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