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틀의 전설…’

by 이경오

초등학교 시절 햇볕 따스한 어느 날의 운동장, 선생님 뒤를 졸졸 쫓아 교실 밖으로 나섰던 반 친구들은 눈앞에 마주한 생뚱맞은 뜀틀의 생김새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 선생님 머릿속에는 아이들의 전신 근력과 균형 감각 발달 등과 같은 수업 목표가 어른거렸을 터입니다만, 어디 아이들의 마음이야 그러했겠습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아내며 선생님 지시에 따라 달려가 뜀틀을 뛰어넘노라니, 이 녀석은 2단, 3단, 4단으로 차츰 거대한 장벽으로 변신하며 자그마한 아이들의 가슴을 짜릿한 공포감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차츰 자신감을 잃어가며 뜀틀로 달려가던 중에 슬그머니 옆으로 이탈하는 친구, 애써 쫓아가긴 했어도 바로 그 절벽 같은 높이 앞에서 멈추어버리는 친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지요.


3단까지는 몇몇 용감한 무리와 함께 그런대로 무난하게 뛰어넘은 아이 역시 그만 4단 높이 앞에서 장승처럼 멈추어 서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도 어디에서 그런 오기가 솟아났던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더 뛰어넘기를 자청한 아이는 그다음 도전에도 결국 모서리에 걸려 뜀틀 위에 주저앉으며, 사타구니로 전해져오는 아린 전율을, 이를 악물며 참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늦은 오후 비슷한 성향의 친구 하나와 다시 운동장을 찾은 아이는 몇 차례의 고통 속에서도 결국 떡하니 운동장에 버틴 뜀틀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어주고 말았습니다.


종종 그런 생각에 잠겨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만, 세상 풍파(風波)에 부대끼며 지내온 세월을 되새겨보노라면, 그 시절 뜀틀은 일종의 예방주사 역할을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삶의 수레바퀴를 굴려 가노라면 도무지 예측하지 못했던 뜀틀보다 더 거대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아 서는 경우를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만나곤 하지요. 물론 개중에는 그 시절 몇몇 아이들이 보인 모습처럼 회피하거나 멈추어서는 이도 생겨날 터이지만, 심신(心身)으로 파고드는 쓰라린 고통을 감내하며 장벽을 넘어서는 이에게는 또 다른 희열(喜悅)과 보상이 따르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니 말입니다.


‘'연속 텀블링' 성공 아틀라스…훈련 졸업하고, 생산공장 인턴 간다’


얼마 전 사람보다 더 정교한 동작을 선보이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이 친구가 이젠 체조선수처럼 옆돌기와 텀블링, 공중제비 도는 모습으로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눈길은 그보다는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훈련 중에 넘어지고 꺾이며 실패하는 모습에 더 끌렸습니다. 만약 저 친구가 사람이라면 앞으로 그 어떤 역경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을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지요. 하기야 이런 로봇이 현장에 투입된다는 소식에 혹시나 일자리가 줄어들 게 아닌가 고심에 빠진 분들도 많을 터입니다. 하지만, 로봇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궁구(窮究)하고 또 궁구하노라면 얼마든지 장벽을 넘어설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 기사 : '연속 텀블링' 성공 아틀라스…훈련 졸업하고, 생산공장 인턴 간다 / 중앙일보(2026.02.0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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