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여는 아침…’

by 이경오

하굣길 문방구 가판대 앞에만 서면 꼬맹이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라도 온 듯 눈빛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포또’-달고나-의 뽑기가 건네는 가슴 떨리는 유혹도 그러하려니와 바로 앞서 종례 시간에 불량 식품 운운하시며 신신당부하시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일랑 아랑곳없이 형형색색의 색소로 치장한 군것질거리들의 유혹에서 도무지 헤어나질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리 주전부리를 즐기지 않던 성향의 아이 역시도 또래들 옆에서 서성이다 보면 그 달큼한 맛에 쉬이 빠져들곤 했으니, 그곳이 바로 아이들의 별세상이었음은 분명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맛에 대한 유혹은 종종 시골에서 올라와 며칠씩 머물곤 하시던 할머니 방에서 맛본 사발 커피의 영향도 작지 않았던 듯합니다. 무에 그리 맛이 있다고 저리도 큰 그릇에 타서 드시나 싶어 몰래 사발을 입에 대던 날, 한 모금 머금자마자 혀를 감싸고 도는 그 달짝지근한 마력에 냉큼 빠져들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커피 한잔하시겠냐며 권하기라도 할 참이면 말 끄집어낸 이가 무색하리만치 얼른 다가가 손을 내밀곤 하니, 그 시절 빠져든 단맛에 대한 유혹이 뜬금없는 커피 사랑으로 이어진 듯도 합니다만.


사실 커피에 대한 집착은 의사 선생님의 권고조차도 통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극성스러울 만치 유별난 게 분명하다 싶습니다. 요즘이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적용하곤 하니, 수업 중 선생님들의 말수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어디 예전이야 그러했겠습니까. 당연히 강의식 수업을 열정적으로 펼쳐가는 게 최고라 생각했고, 이렇게 말하는 이 역시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목청을 높이다 보니 소위 직업병처럼 목에 수시로 탈이 나곤 했지요. 친구의 소개를 받아 서울까지 찾아가서 명의로 소문난 분이란 의사 선생님을 찾아뵙고 받아 든 병명은 ‘미세 성대 결절’이었지요. 말수를 줄이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라는 권고와 함께 커피 역시 좋지 않다는 말씀 앞에서 그건 곤란하다며 당돌하게도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인 끝에 손에 쥐어 든 협상안이 그럼 커피는 반드시 크림을 뺀 블랙커피여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아마도 당시 그 의사 선생님이 ‘이놈이 덜 아파 그러는 거구나.’라고 생각하시지나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아메리카노 하루 2잔의 배신?…‘오전 10시’ 집중 섭취가 혈당 궤적 바꾼다‘


커피의 효능에 대해서야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가곤 합니다만, 이왕이면 아침나절에 마시는 게 대사 건강에 양호할 것이라는 한 연구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그러고 보면 일선 교육에 몸담던 시절, 새벽 어스름이 걷히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자판기 블랙커피 한잔에 빠져들곤 하던 꽤 오랜 습관이 그나마 지금의 건강이라도 마련해 준 게 아니더냐며 혼자서 슬며시 생뚱맞은 개똥철학 하나를 꺼내 들어 봅니다.




관련 기사 : 아메리카노 하루 2잔의 배신?…‘오전 10시’ 집중 섭취가 혈당 궤적 바꾼다 / 세계일보(2026.03.13.)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3135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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