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그대로

12. 잠깐 멈추는 연습

by 이헨

요즘 나는 아침보다 저녁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루의 시작보다 끝에 가까운 시간에서야 조금은 나다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몸은 지쳐 있는데 마음은 그제야 조용히 깨어난다.


집에 돌아와 아무 무말 없이 주전자에 물을 올린다.

따뜻한 차 한 잔.

딱히 특별한 맛도 아니고 향긋하다고 감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시는 순간만큼은 세상이 조금 느려진다.


창문을 반쯤 열어 놓고 앉아 있으면

창밖으로 희미하게 저녁 바람이 들어온다.

다들 퇴근하느라 분주한 시간 나는 혼자만의 퇴근 의식을 치르는 중이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저 그런 시간.

이런 시간이 나를 더 무너지지 않게 해줬다.


바쁘고 정신없었던 하루의 감정을 찻잔 안에서 천천히 가라앉히는 것처럼.

이건 거창한 힐링이 아니라 그냥 '살기 위한 리듬' 같은 것이다.


조금 던 단단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부드러워지기 위해 멈추는 연습을 해본다.


�오늘의 감정 다이어리

오늘 하루의 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나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었던 ‘작은 루틴’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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